유리천장 깨지는 사우디…금융권서 여성 최고경영자 탄생 줄이어

입력 2017-02-2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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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후진국으로 꼽히는 보수왕정 국가 사우디아라비아가 달라지고 있다. 사우디의 금융권에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잇따라 탄생하며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CNN머니에 따르면 사우디 대형은행 삼바파이낸셜그룹은 20년 경력의 라니아 나사르를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한다고 19일 밝혔다. 사우디의 또 다른 은행인 아랍국립은행(ANB)은 라티파 알 사브한을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 앉혔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사우디증권거래소(타다울)가 사라 알 수하이미를 새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수하이미는 현재 NCB캐피탈의 CEO로 재직 중이다.

수하이미는 3년간 NCB캐피탈의 CEO로 재직하며 200억 달러(약 22조9400억 원)가 넘는 자산을 관리했다. NCB캐피탈에 취임 당시 투자은행 사상 첫 CEO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전에는 투자은행인 자드와인베스트먼트 수석 투자책임자 등을 역임했다. 이번에 그가 자리를 옮기는 타다울은 중동 최대의 증권거래소로 시가 총액이 약 3200억 달러에 달한다.

사우디는 여성 인권 수준이 세계 최하위에 속한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양성평등 지수가 144개국 가운데 14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이번 여성의 고위직 진출 의미가 남다른 이유다. 사우디에서 일부 여성은 가족 사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조직에서 여성의 활약은 드물다. 금융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고위층에 진출하는 여성을 찾기는 어려웠다. 때문에 여성의 고위직 진출은 작년 4월 사우디가 발표한 ‘비전 2030’이 실효를 거둔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전 2030은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사우디의 경제 구조를 바꾸는 개혁안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비전 2030을 통해 제도 개혁, 사업 다각화 등을 실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개혁안에는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22%에 불과한 사우디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을 3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작년 12월에는 사우디의 국왕의 사촌인 알왈리드 빈 탈라 알사우드 왕자가 여성들에게 운전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우디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법으로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나라다. 알왈리드 왕자는 여성에게 운전을 금지하면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는 곧 나라 경제와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비전 2030에 여성 운전 허용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지만 사우디 왕국의 지도자들은 사회 곳곳에 남은 성 차별적 문화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고 여기고 있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도 문화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변화의 조짐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지만 여권 신장의 과도기인 만큼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예컨대 여자 혼자 국외여행을 할 수 없는 등 불합리한 제약이 존재한다. 사회에 만연한 성 차별적 요소를 제거해 나갈 때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도 높일 수 있기에 계속해서 제도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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