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 효과 얼마나’… SK, 도시바 반도체부문 인수 ‘고민’

입력 2017-02-21 10:59 수정 2017-02-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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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여력은 있는데… 도시바, 최근 기술투자 소홀로 ‘인수 효과 기대 이하’ 우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경영권 인수와 관련해 여러 가지 셈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큰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시너지가 확실해야 하고, 거액의 자금 조달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중국 등 경쟁 업체에 도시바 반도체가 넘어갈 경우 득실도 따져 봐야 한다.

◇낸드플래시 시너지 있을까 = SK하이닉스는 전통적인 D램의 강자이지만, 낸드 부문 경쟁력은 D램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인 낸드 시장 점유율 선두인 삼성전자(점유율 39%)는 물론, 도시바(20%), 웨스턴디지털(16%)에 뒤처진 4위(13%)에 머물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시스템반도체보다는 당분간 메모리반도체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D램뿐만 아니라, 낸드에서도 선두권에 올라서는 게 시급하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2위 업체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점유율 30%를 넘기며 삼성전자를 맹추격하게 된다. 특히 낸드플래시 기술을 처음 발명한 도시바는 상당수 원천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기술 경쟁력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도시바와 하이닉스 간 시너지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도시바가 최근 몇 년간 경영난으로 인해 기술 투자에 소홀했기 때문에 인수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경쟁사 넘어가면 치명타될 수도 =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경쟁 업체들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놓칠 경우, 웨스턴디지털이나 마이크론에 시장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다. 특히 자본력을 갖춘 중국 업체들이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하는 시나리오는 더욱 우려스럽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 정부와 발맞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수십조 원의 투자 계획을 속속 밝히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기술력을 보완하기 위해 도시바 반도체에 눈독을 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50% 이상의 지분이 경쟁 업체에 갈 경우 SK하이닉스의 낸드사업 경쟁력에도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분 인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가능성은 다소 낮지만 중국 업체가 인수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영권 인수시 10조, 자금 마련 어떻게 = 도시바 반도체 법인의 50% 지분을 인수하려면 당초 계획보다 3배 이상인 1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올해 SK하이닉스의 EBITDA(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는 14조 원이고, 작년 말 순차입금이 거의 없어 차입 여력은 많은 편이다. 또 올해 이익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어서 자금 조달에 여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D램 업황 호조에 힘입어 9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유 연구원은 “잠재적 인수 업체들의 재무상태를 비교해 보면 SK하이닉스가 대만의 혼하이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도시바 반도체의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 현재 3D 낸드 관련 중장기 설비투자 계획도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수자금 조달에는 좀 더 여유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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