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김준기(63) 회장이 동부CNI 상당 지분을 외아들 남호(32)씨와 딸 주원(34)씨에게 증여함으로써 동부그룹의 2세 경영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이 동부CNI지분을 남호씨와 주원씨에게 각각 보통주 16.68%(400만주)와 10.27%(250만주)를 양도했다.
특히 향후 동부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동부CNI가 그룹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김 회장의 이번 지분 증여는 2세들에게 미리 핵심 계열사를 장악하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동부그룹은 이미 지난 7월 동부한농과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합병해 동부하이텍을 출범시킴으로써 그룹의 구조조정과 함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또 지난 6일 동부하이텍은 물적분할을 통해 합금철사업을 별도로 독립시켜 새로운 법인인 ‘동부합금철’을 설립키로 하면서 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 작업을 준비중에 있다.
이처럼 그룹의 전반적인 움직임이 지주사 전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김 회장은 아들 남호씨와 주원씨에게 지주사 전환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계열사들의 지분을 차근차근 증여함으로써 2세 체제를 착실히 준비중에 있는 것이다.
남호씨는 90년대 중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핵심 계열사 지분을 꾸준히 물려 받았으며 이번에 동부 CNI 최대 주주로 부상하면서 그룹 내 입지를 굳건히 다지게 됐다.
특히 김준기 회장이 차세대 동력사업으로 꼽고 있는 IT 계열사인 동부 CNI의 최대주주에 올라섬에 따라 더욱 2세 체제 출범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남호씨는 현재 동부정밀과 동부화재의 최대주주로서 각각 21.14%, 14.06%를 보유하고 있으며 동부제강 8.0%, 동부건설 4.01%, 동부증권 6.11%을 갖고 있고 동부하이텍 역시 2.43%의 지분을 보유중에 있다.
동부그룹은 철강·금융·화학ㆍ건설ㆍIT 등을 주력으로 하는 재계 24위의 그룹으로 동부제강, 동부화재, 동부건설, 동부하이텍 등을 주력업체로 2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편 남호씨는 경기고를 졸업한 뒤 미국 웨스트민스터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귀국해 군복무를 마친뒤 지난 2002년부터 외국계 경영 컨설팅그룹인 AT커니 한국지사에서 근무하다 현재는 미국 뉴욕에서 MBA과정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