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돈이야기]은행의 역할과 기능이 진화되는 과정

입력 2017-02-2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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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은행이 근대적인 형태로 발전하면서 전체적인 금융 활동들도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다. 우선 은행가들의 동업자 조직인 ‘길드’가 설립되고 은행가들에게 ‘신용’과 ‘정직’이 강조되면서, 금화와 은화 등 금속화폐를 주로 사용하던 상거래에 신용화폐가 고개를 내밀게 된다. 그중에서도, 신용거래가 확립되는 데 크게 이바지한 환어음은 국가와 국가 간의 무역에서 널리 사용됐다. 또한 상거래 물자들을 배로 싣고 가는 동안 야기되는 폭풍우와 해적의 위협으로부터 부담을 덜기 위한 해상보험제도가 출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회계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 복식부기가 탄생하고, 인쇄술의 도움으로 상인과 은행가들에게 실용적인 지침을 담은 교본과 주판에 관한 책들도 쏟아져 나오게 됐다.

이후에도 은행의 업무 영역은 날로 확장돼 왔다. 일반 예금과 대출을 취급하는 전통적인 상업은행의 기능을 넘어 이제는 증권·보험 업무까지 취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취급하는 방카슈랑스와 은행창구에서의 펀드 판매가 일반화됐다.

투자은행은 특히 미국에서 발전돼 왔다.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은 기업들로부터 주식과 채권의 일부나 전부를 인수한 뒤, 이를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통해 기업에 장기자금을 공급한다. 또 인수합병(M&A) 자문·투자 자문·파생금융상품 매매 서비스도 제공하면서 투자와 관련된 각종 지원서비스 업무를 한다. 상업은행(CB·Commercial Bank)과 달리 예금은 받지 않으며, 차입 또는 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대표적인 투자은행에는 JP모건,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노무라증권 등이 있다.

한편 미국은 그동안 금융을 통한 세계지배 전략의 일환으로 투자은행을 육성해왔고, 이 과정에서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양쪽 업무를 모두 수행하는 겸업화 추세가 심화됐다. 이에 따라 투자은행에 거품이 끼고, 상업은행도 파생상품에 대한 대규모 무차별적 투자가 가능해졌다. 이것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하나의 원인이 됐다. 이후 은행과 증권업무의 겸업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를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1878년 일본 제일은행 부산지점이 개설되면서 근대 은행의 역사가 시작된다. 이후 일제 강점기를 거쳐 1950년 6월 중앙은행으로서 한국은행이 창설되었다. 일반 시중은행은 1954년 새로운 ‘은행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상업은행, 한일은행, 조흥은행, 제일은행, 서울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이 설립됐다. 이후 2000년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고, 2003년 방카슈랑스 제도의 시행, 그리고 2009년에는 한국판 금융 빅뱅을 기치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제정했다.

조만간 미국·영국 등 금융 선진국처럼 우리나라에도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할 예정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이란 점포 없이 인터넷과 콜센터에서 예금 수신이나 대출 등의 업무를 하는 은행이다. 은행 서비스를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영업 방식을 지칭하는 인터넷 뱅킹(Internet Banking)과는 법적 실체에 있어 구분된다. 실명 확인도 점포를 방문해 대면해야 하는 일반은행과 달리 공인인증서, ARS 전화, 화상통신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소규모 조직만 가지고 지점망 없이 운영되는 저비용 구조로 인해 기존 거대 은행에 비해서 예대마진과 각종 수수료를 최소화하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보다 높은 예금금리, 낮은 대출금리, 저렴한 수수료 등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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