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기획_초보아빠, 육아휴직 어때요? ①KT&G] 육아도 가사도 척척… 3개월 만에 일등아빠 됐죠!

입력 2017-02-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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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KT&G 인천영업본부 대리 육아휴직기

▲남성육아휴직자인 KT&G 김민식 대리가 인천 남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남성육아휴직자인 KT&G 김민식 대리가 인천 남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지난해 우리나라 남성육아휴직자 비율은 7.9%에 그쳤다. 남성육아휴직 사용률이 전년 대비 약 53%가 늘어나는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육아휴직자의 10%를 밑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와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건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그림의 떡’에 불과했던 남성육아휴직을 장려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직장 내 육아휴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실제 육아휴직 중인 남성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남성육아휴직의 의미와 가치를 찾으려 한다. 제도 활성화를 위해 뒷받침돼야할 정책이나 제도, 방안 등이 무엇인지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우리 아빠는요. 계란프라이를 제일 잘해요. 공룡퀴즈 놀이도 같이 하고 미끄럼틀도 태워줘요. 아빠가 1등이고, 엄마가 2등이에요.” 일곱 살 된 승훈이 생각하는 아빠의 모습이다. 어느덧 승훈의 마음속에 1등으로 자리 잡은 건 엄마가 아닌 아빠다. 아빠가 육아휴직 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자기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신나게 놀아주니 엄마에게만 강했던 애착관계가 아빠와도 자연스레 형성됐다. 그래서인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우리아빠 최고”라고 외친다. 지금 승훈에게 넘버원은 아빠다.

인천 남구 주안동에 위치한 승훈 집에 들어서니 온갖 장난감과 동화책, 스케치북과 색연필 등 아이들 용품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바닥에는 아이들이 있는 집에 필수품으로 꼽히는 알록달록한 캐릭터 매트가 깔려있고, 유치원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작품들도 놓여있다. 그곳에서 육아휴직 중인 승훈 아빠 김민식(40) KT&G 인천영업본부 대리를 만났다.

▲남성육아휴직자인 KT&G 김민식 대리가 인천 남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두 아들 승훈, 도영 군과 놀아주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남성육아휴직자인 KT&G 김민식 대리가 인천 남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두 아들 승훈, 도영 군과 놀아주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김 대리는 지난해 12월 남성육아휴직에 돌입하면서 집안의 가사와 육아를 도맡아 하고 있다.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아직은 서툰 ‘육아대디’다. 7세와 5세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하루하루 육아 전쟁을 치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김 대리는 “직장 다니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말할 정도다.

김 대리의 하루는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아내가 출근 한 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냉동식품을 꺼내 해동시키는 것. 바로 아이들 아침 준비다. 주메뉴는 동그랑땡과 계란프라이다. 아침을 먹이고 씻겨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준비물을 챙긴 뒤 첫째 아들 승훈을 유치원 버스에 탑승시키는 시간은 9시 15분. 그 다음은 둘째 도영이 차례다.

집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어린이집에 9시 30분까지 등원시킨다. 김 대리는 육아휴직의 의미도 담을 겸 직접 걸어서 바래다주고 끝날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간다.

아침 전쟁을 한차례 치르고 나면 10시부터는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에 돌입한다. 남자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세탁기가 쉴 틈이 없다. 오후 4시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이때부터 두 번째 육아전쟁이 시작된다. 바로 두 아들 씻기기. 씻기 싫어하는 어린 아이들의 특성 탓에 매일 같이 애를 먹는다. 아내가 퇴근 후 돌아올 시간에 맞춰 저녁 준비를 하고, 마지막으로 오후 9시 잠자리 전쟁을 약 1시간가량 치르면 하루가 마무리된다.

“육아휴직 한 지 3개월째에요. 아직 서툰 부분이 많죠. 육아는 어려워요. 특히 요리가 제일 힘들어요. 아이들 입맛에 맞는 요리를 해주는 게 쉽지 않네요. 육아도 자격증처럼 몇 달 공부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매뉴얼도 없고, 배운 적도 없죠. 아이의 시선으로 내 아이가 원하는 걸 알아채는 게 쉽지 않더군요. 휴직한 지 일주일도 안 돼서 ‘엄마는 위대하다’라는 걸 깨달았어요. 우리나라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는 걸 알게 됐죠. 새삼 아내에게 고마움이 느껴졌어요. 지난 6년간 직장 다니면서 가정을 돌봐온 아내가 대단해 보였죠. 남성육아 휴직은 우리나라 여성의 삶을 몸소 체험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김 대리가 육아휴직을 결심하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다. 바로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다. 그간 조부모께 양육을 의존하면서 맞벌이를 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아이돌보미를 구해야했다. 아이돌보미 비용은 월 최소 150만 원에 달했고, 가사 일을 더하면 200만 원을 호가했다.

고민 끝에 자신이 육아휴직을 선택해 1년간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KT&G의 육아휴직 정책이 단단히 한몫했다. 정부에서 나오는 육아휴직 지원금 월 75만 원으로 남성직장인 월급을 상쇄하기란 턱없이 부족하다. KT&G는 육아휴직 시 매월 100만 원을 지원해준다. 정부보조금이 없는 육아휴직 2년차에는 월 200만 원씩 준다.

“회사가 100만 원씩 매달 지원해주니 175만 원으로 생활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육아휴직을 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육아휴직 신청할 때도 이미 조직 내 남성육아휴직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자리하고 있어 어렵지 않았어요. 오히려 조직원들과 남성육아휴직을 다녀온 선배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줘서 힘이 됐죠.”

매일 같이 빳빳하게 다린 흰 와이셔츠와 넥타이, 깔끔한 정장을 입고 다닌 일명 화이트칼라였던 김 대리에겐 이제 트레이닝복과 운동화가 더 친숙하고 익숙해졌다. 아이들에게도 돈만 벌어오는 무서운 아빠에서 재미있고 친구 같은 아빠로 탈바꿈했다. 첫째가 엄마에게 “왜 아빠만 설거지 시키느냐”고 핀잔을 줄 정도다.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해요. 누구나 쓸 수 있는 사회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어느 부모가 자식과의 시간을 포기하고 밖에서 일하고 싶을까요. 육아휴직을 해보니 아내를 많이 배려하게되고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져요. 내가 지금껏 무상으로 받아왔던 게 아내의 큰 희생과 사랑 덕분이구나 알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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