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임대차 분쟁 땐 조정이 우선

입력 2017-02-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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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훈 대한법률구조공단 구조정책부장

인천의 신 모 씨는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통해 원룸 하나를 전세로 얻었다. 중개사무소 직원인 오 모 씨는 자신이 건물주로부터 전세계약에 관한 대리권을 받았다고 말했고, 신 씨는 이를 믿고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오 씨는 사실 월세계약에 대한 대리권만 받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월권해 여러 세입자들과 전세계약을 체결했던 것이다.

오 씨는 여러 세입자로부터 전세금 수억 원을 받은 이후 임의로 사용해 버렸고, 결국 범죄 행위가 발각되어 구속됐다. 신 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인천지부를 방문해 건물주를 상대로 한 전세금 반환 소송을 의뢰했다. 건물주는 전세계약에 관한 대리권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민법에는 대리인이 월권 행위를 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대리권을 준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를 ‘표현대리 책임’이라고 한다.

법원은 건물주가 부동산 중개사무소 직원인 오 씨에게 오랜 기간 원룸에 대한 임대차를 전적으로 맡겨온 점 등을 고려해 표현대리 책임을 인정했다. 항소심에서는 신 씨가 이자 부분을 일부 양보하고 건물주는 신속히 전세금을 반환하는 조건으로 조정이 성립됐고, 결국 신 씨는 전세금 전액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임대차를 둘러싼 분쟁은 실생활에서 매우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분쟁 중에는 판결에 의한 해결보다 상호 양보에 의한 원만한 해결이 더 바람직한 경우도 많다. 올해 6월께부터는 대한법률구조공단 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설립돼 세입자와 집주인 간의 임대차 분쟁에 대한 조정 업무가 시작될 예정이다. 올해 6개 지역(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수원)에 먼저 설립하고, 이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설립 준비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성공적으로 개소되어 많은 임대차 분쟁 해결에 길라잡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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