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박스권 상단을 두드리자 국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이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이달 21일까지 3개월간 코스피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4648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개인과 기관은 각각 3조2709억원과 9836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지수 하락을 예상한 국내투자자들의 매도물량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받아낸 것이다.
해당 기간 코스피는 1966.05에서 2102.93으로 7% 가까이 올랐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도 2조204억원의 자금이 이탈했지만 방향성을 되돌리지 못했다. 지난 몇 년간 주식형 펀드 자금은 코스피가 하락하면 저가 매수를 노린 자금이 유입됐다가 상승하면 차익실현을 노린 환매로 돈이 빠져나가는 패턴을 반복해 박스권(1900∼2100)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가격메리트 △국내기업 실적 △글로벌 시장환경 등을 근거로 외국인 주도의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단기 차익을 노리고 펀드 환매나 주식 매도에 나선 국내 투자자들은 상승장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한국 주식 순매수에 나선 것은 상대적으로 저평가 이점이 많기 때문”이라며 “코스피가 미국 증시 상승세에 동조화하는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국증권에 따르면 12개월 예상 이익 기준으로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5배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SCI) 선진국(16.6배)뿐 아니라 MSCI신흥국(12.6배)에도 못 미친다.
최근 증시가 기업 실적 호조 등 기초여건 개선에 따른 '실적 장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이번에 외국인 주도로 장기 박스권 탈출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많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 실적이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올해 역시 작년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며 “코스피가 계속 박스권에 갇힐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완화로 전 세계 증시의 동반 상승세가 계속되는 데다 유럽 지역 우려감이 경감된 것도 긍정적인 변화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펀드 환매에도 외국인의 매수세만 받쳐주면 박스피 돌파가 가능하다”며 “외국인이 대형주 위주로 주식을 사들이면 지수를 끌어올리는 충분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식형 펀드의 환매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 연구원은 “펀드 환매 강도가 이전보다 다소 약해지긴 했지만, 최근 한 달간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 금액이 7500억원 수준”이라며 “주식형 펀드 환매 행진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