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서 ‘3·15 위기설’이 부상하고 있다. 하필 3월 15일은 고대 로마 장군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날. ‘3월 위기설’ ‘4월 위기설’은 매년 이맘때면 등장하는 단골 이슈이지만 올해는 특히 주목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계속 이어져온 랠리에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말처럼 “누가 알몸으로 수영하고 있었는 지는 썰물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 수 있다”고, 시장 상황이 좋을 수록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되겠다.
◇공교롭게도 올해 3월 15일은 국제적으로 3대 이슈가 맞물리는 날이다. 우선 미국에서는 연방정부의 채무한도 적용 유예 기간 만료일이다. 이날까지 채무한도를 증액하거나 다시 유예시켜 연방정부가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이는 매년 등장하는 재료이지만 올해는 정권이 교체된데다 트럼프 정권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위기감은 예년과 사뭇 다르다. 미국은 2012~2014년까지 이 문제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절벽과 증액을 반복, 글로벌 시장에 혼란을 던졌다. 미 연방정부의 채무한도는 의회에서 결정하며, 기한을 넘겨선 안된다는 규칙이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한도는 1962년 이후 75차례 상향조정됐다. 이 기간을 넘기면 채무한도가 부활하기 때문에 미국 국채 발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채무는 이미 20조 달러로 불어난 상황.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와 재정 지출을 추진하면 채무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3·15 위기설의 주인공은 네덜란드 총선이다. 올해는 유럽 각국에서 주요 선거가 예정돼 있다. 그 첫 테이프를 끊는 것이 네덜란드 총선이다. 총선을 한달 가량 앞두고 네덜란드에서는 넥시트(네덜란드의 EU 탈퇴)를 주장하는 자유당이 제1당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영국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았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현실이 된 만큼 넥시트도 아주 막연한 건 아니다. 이 때문에 선거 결과에 대한 위기감은 높다.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극우 자유당은 정수 150석인 하원에서 30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 정당이 어디까지 약진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EU에서 네덜란드의 영향력은 그다지 강하지 않지만 이러한 흐름이 프랑스, 독일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면 EU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세 번째 3·15 위기설의 주인공은 다시 미국이다. 3월 14~15일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느냐가 관건이다. 연준은 22일 공개한 직전 FOMC 의사록을 통해 상당히 이른 시기에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우려함으로써 시장에 또 애매한 신호를 던졌다. 23일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연준의 3월 금리인상 확률은 22.1%. 5월은 52.1%, 6월은 72.0%다.
주가 사상 최고치 행진과 완전에 가까운 고용, 임금 상승 등이 작용한건지, 최근들어 연준 내에서도 특히 비둘기파로 잘 알려진 재닛 옐런 의장이 갑자기 매파적인 발언을 잇따라 하면서 3월로 금리인상 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관측이 강해지고 있다. 0.25%포인트 가량의 금리 인상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전망도 많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조사에서는 금리 인상 후 미국 상장 기업의 이익은 확실히 감소 추세에 있는데다 금리가 제로(0)에 가까워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으로 증시를 떠받쳐온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3월 10일 발표되는 2월 고용보고서가 호조를 보이거나 주가 상승이 계속되면 3월 금리인상은 ‘있을 수 있다’가 아니라 ‘있을 것’이란 표현으로 바뀔 수 있다. 옐런 의장의 3월 3일 시카고 강연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