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셀이 간판 제품 ‘이뮨셀엘씨’를 직접 영업한다. 지난 2012년 녹십자에 인수된 이후 모기업에 맡겼던 판권을 회수했다. 과거 이노셀 시절부터 이어졌던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고 회사 경영도 정상화하자 본격적인 자립 경영을 모색하는 셈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녹십자셀은 녹십자와 CT(Cell therapy) 영업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녹십자셀이 녹십자에 넘겼던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의 영업권을 78억9200만원에 다시 사들이는 내용이다. 녹십자셀은 '이뮨셀엘씨’를 녹십자를 통해 판매 중이다. 녹십자셀이 이뮨셀엘씨를 생산해 녹십자에 공급하면 녹십자가 자체 영업조직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번 영업 양수 계약은 녹십자에 팔았던 판권을 돌려받고 올해부터 직접 영업을 진행한다는 의미다. 녹십자에서 이뮨셀엘씨의 영업을 담당했던 인력 10여명도 녹십자셀로 편입된다. 녹십자셀은 오는 3월1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CT 영업양수건을 승인받을 계획이다.
녹십자셀의 전신인 이노셀이 개발한 이뮨셀엘씨는 면역세포치료제로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면서 암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기존의 항암제와는 달리 자신의 혈액을 원료로 2주간의 특수한 배양과정을 거쳐 항암기능이 극대화된 강력한 면역세포로 제조해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식이다.
녹십자셀의 이뮨셀엘씨 직접 영업은 의미있는 도전으로 분석된다. 사실 녹십자셀이 이뮨셀엘씨의 영업을 녹십자에 맡긴 것은 회사 경영을 빠른 시일내 정상화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이뮨셀엘씨는 녹십자셀이 2002년 연구를 시작해 6년 만에 개발한 제품이다. 기존 항암제와는 달리 환자 본인의 면역세포를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는 신개념 치료제로 평가받았지만 발매 초기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했다. 녹십자셀의 자체 영업만으로는 한계를 체감했다.
이뮨셀엘씨의 유효성 검증도 계획대로 진행됐다. 녹십자셀은 이뮨셀엘씨가 간암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임상3상시험 결과를 2015년 5월 소화기학 최고 권위의 SCI급 학술지 ‘가스트로엔테롤로지(Gastroenterology)’에 발표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녹십자셀은 2016년 9월 췌장암, 간암에 이어 악성 뇌종양(교모세포종)에 대한 이뮨셀-엘씨의 3번째 논문을 종양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Oncotarget’에 발표하며 이뮨셀엘씨의 사용 범위 확대 가능성을 확인했다.
녹십자셀의 경영도 정상화하기 시작했다. 녹십자셀은 2012년 녹십자에 이뮨셀엘씨의 판권을 62억원에 판매하면서 일시적으로 실적이 개선된 것을 제외하고 매년 적자를 면치 못했는데, 이뮨셀 엘씨의 처방이 급증하자 2015년부터 2년 연속 100억대 매출과 흑자를 기록했다. 바이오 사업을 시작한 이래 최초로 보통주 1주당 50원의 현금배당도 결정했다.
녹십자셀은 안정적인 실적을 내며 회사 경영이 개선되자, 모기업에 넘겨준 간판 제품의 판권을 5년 만에 되찾아왔다. 자체 개발한 주력 제품을 생산부터 판매를 모두 담당하는 본격적인 ‘자립 경영’을 시도하는 셈이다. 이뮨셀엘씨의 매출 성장세가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영업 체계에 변화를 주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다. 녹십자셀 측에서도 "앞으로 더 영업에 부담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녹십자셀 관계자는 "글로벌 품목도입 및 CMO 등을 통한 사업영역 확대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독자 영업부문은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다"라고 설명했다.
녹십자셀은 올해부터 사업영역 확대도 본격 추진한다. 차세대 세포치료제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 개발에 나섰고 툴젠과의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항암기능을 가진 T세포 기반의 차세대 면역항암제 연구개발에도 착수했다. 지난달에는 하얼빈후박동당생물기술유한회사와 면역세포치료제 중국 진출을 위한 합작협약 계약을 맺기도 했다.
녹십자셀 관계자는 "기존 개발과 생산부문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해 향후 차세대 세포치료제의 연구개발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토대를 만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