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분양일정을 두고 눈치싸움에 들어가면서, 2월 공급 예정이었던 단지들이 공급일을 내달로 줄줄이 미루고 있다. 분양 성수기인 4, 5월이 대통령 선거 열풍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는 데다 연휴까지 끼어 있어 3월에 이번 봄 분양의 가장 큰 대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24일 부동산업계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당초 예정물량(2만650가구)의 절반에 못 미치는 8927가구만 분양된다. 물량의 상당 부분이 3월로 미뤄지면서 내달 분양시장에 나오는 아파트는 4만7133가구에 달하게 됐다. 당초 3월 예정 물량(3만1815가구)보다 48% 늘었다.
2월 분양물량이 이처럼 위축된 데는 11·3 부동산 대책으로 청약 문턱이 높아진 데다, 금융권의 중도금 대출규제가 강화된 영향이 크다.
실제 최근 한국주택협회가 지난해 8월 25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분양한 78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도금 집단대출 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사업장 규모는 약 9조 원(약 3만9000가구)에 달했다. 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곳에는 95% 이상 계약률을 보인 사업장 26곳(4조8000억 원, 2만1000가구), 공공택지 사업장 17곳(2조8000억 원, 9000가구)도 포함됐다.
지난해 5월 연 3.2∼3.7%를 보였던 시중은행의 중도금 대출 금리는 현재 3.4∼4%로 오른 상태다. 일부 은행 금리가 4%대를 넘어서 5%대 대출이 일반화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정부 정책에 중도금 인상 여파까지 겹쳐 실수요자들이 내집 마련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자,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분양을 진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3월을 넘기는 것도 쉽지 않다. 5월 초엔 이른바 ‘벚꽃대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데다, 연휴까지 겹쳐 있어 분양시장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반기는 입주 물량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알려져 일정을 3~4개월 이상 미루는 것도 어렵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며 “공급 일정을 하반기로 미루는 것도 쉽지 않아 3월과 6월께 분양시장이 그나마 크게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