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했던 개헌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진원지는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3당과 더불어민주당 비문계(비문재인)다. 이들이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를 압박한 뒤 연대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헌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대통령 임기, 연임 여부 등 각론을 두고는 이견을 나타내고 있지만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정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김종인 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도 회동을 갖고 개헌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불씨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는 모양새다.
여기에 민주당 비주류인 비문계도 가세하고 있다. 김종인·김부겸·이종걸 등 ‘경제민주화와 제왕적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의원 30여명은 23일부터 24일까지 양일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헌 관련 의원 워크숍’을 열고 정부형태·선거제도·사법부 관련 개헌안·기본권·경제질서 등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워크숍에 참석한 다수 의원은 “당 지도부에 개헌에 대한 입장을 빨리 밝히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종인 전 대표는 “정파적 이해관계에 사로잡혀서, ‘집권해야 하는데 개헌은 뭐하러 하냐’고 하는 게 정당의 고질적인 나쁜 폐단”이라면서 “여당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여당이 되면 그대로 답습하는 게 한국 정치”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국회의원 정속수의 3분의 2, 즉 재적 의원 299명 중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개헌을 주장하는 3당의 의석수는 165석이지만 비문계 30여명의 수를 더하면 200석에 달한다. 때문에 사실상 비문계를 이끌고 있는 김종인 전 대표의 행보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일관되게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목표로 국회 단일안을 만들자”고 주장해왔다. 문재인 전 대표 역시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정치는 과학화되고 있다”며 “(여권 등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개헌뿐인데,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개헌론의 파괴력을 낮게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