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이강수 중한자동차 대표, “어느 나라 차가 아니라, 어떤 차인지가 중요한 시대”

입력 2017-02-2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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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수 중한자동차 대표가 17일 인천 남구 중한자동차 본사에 전시된 ‘켄보 600’ 옆에 서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초도 물량이 완판된 켄보 600을 예로 들며, 어느 나라 차가 아니라 어떤 차인지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동근 기자 foto@
▲이강수 중한자동차 대표가 17일 인천 남구 중한자동차 본사에 전시된 ‘켄보 600’ 옆에 서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초도 물량이 완판된 켄보 600을 예로 들며, 어느 나라 차가 아니라 어떤 차인지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동근 기자 foto@

“사장님이 오시고 통장 잔액가 쌓이고 있어요.” 중한자동차의 한 직원이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를 은근하게 꺼냈다.

인터뷰를 진행한 17일, 인천 남구에 위치한 중한자동차 본사는 활기가 넘쳤다. 중한자동차는 국내 처음으로 중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다. ‘켄보 600’으로 명명된 중국산 SUV는 출시 초부터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초도 물량 120대는 한 달도 채 안 되어 완판됐고, 계약자 수는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켄보 600 돌풍의 중심에는 이강수 중한자동차 대표가 있다. 대우자동차에서 ‘다마스’, ‘라보’, ‘티코’를 탄생시키는 데 한 축을 담당했던 그는, 누구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던 켄보 600의 론칭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새로운 수입차는 물론 자동차 업계 전체가 주목하는 그에게 중한자동차와 중국산 자동차의 미래를 들어봤다.

△처음부터 ‘켄보 600’이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나

-“아직 성공이라고 말하기엔 시기상조다. 다만, 켄보 600을 수입하기 전에 실시한 시장 조사가 주효했던 것 같다. 시장 조사 결과 요즘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또한 안전성과 애프터서비스(AS) 문제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 때문에 우리는 충돌안전시험(NCAP)에서 별 5개로 최고 등급을 받은 켄보 600을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중국차라도 좋다’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다가가기보다는 정량화된 데이터를 소비자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물론, 켄보 600에서 가격은 빼 놓을 수 없다. 싼 가격에 고객들이 선호하는 편의 사양을 모두 적용했고, 초고장력 강판을 60%까지 적용해 안전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켄보 600은 사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의 차량을 벤치마킹한 차량이다. 마쓰다나 렉서스, 기아자동차의 모든 장점을 모아놨다.”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에게 중국산은 저품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걸림돌이 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중국산이 저품질이라는 인식은 중국 기술을 아직 잘 모르는 일부 사람들의 선입견이다. 현재 중국 자동차 시장은 2800만 대 규모다. 우리나라(약 180만 대)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커 가고, 매일매일 달라진다. 이 같은 시장에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모두 들어와 있고, 현지 기업들과 합작하고 있다. 합작 기업의 기술이 전부 토종 기업으로 흘러들어가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품질 논란은 이제 옛날 얘기다. 차를 직접 타 보면 알 것이다. 중국 브랜드에 아직 부족한 것은 명성일 뿐이다.”

△켄보 600을 구매한 고객층이 궁금하다

-“판매 경향을 조사해 보니 법인 구매가 생각보다 많았다. 타 브랜드의 차량은 법인 구매가 10% 미만인데, 켄보 600의 경우 35%나 됐다. 또한, 구매 고객층이 다양했다.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세대를 아우른 것이 특징이다. SUV·중고차·소형차·디젤·가솔린을 구매하려던 사람들도 켄보 600에 관심을 보였다. 합리적이고 실리를 챙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어디서 만들었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시대다. 사용하려는 용도와 활용도가 중요한 것이다.”

△대우자동차와 코라오를 거쳐 중한자동차 대표로 왔다. 중한자동차를 선택한 이유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또 내가 잘하는 일이었고,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 직장에서 중국 출장을 다니면서 중국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남보다 먼저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중한자동차는 아무래도 차를 수입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차를 고르는 안목과 더불어 국내 사정에 맞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나는 자동차의 마케팅, 생산, 품질을 모두 담당하면서 그 업무에 능통하다고 자부한다.”

△켄보 600에 이어 어떤 모델을 국내 도입할 계획인가

-“연말쯤 켄보 600보다 작은 크기의 콤팩트 SUV를 들여올 예정이다. 차량명도 켄보로 이어간다. 콤팩트 SUV는 ‘켄보 400’이나 ‘켄보 300’으로 결정할 생각이다. 또한 중국 북기은상기차의 대표 차종이라고 할 수 있는 MPV(다목적 차량·통상 미니밴을 지칭) 수입도 검토 중이다. 다만, 국내 인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의 인증 절차와 기준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MPV 수입의 관건은 인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관심을 받고 있는 CK픽업트럭은 포터와 라보의 중간 크기 차량이다. 경차의 혜택은 못 받지만 소위 ‘옵션이 빵빵한 차’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라보도 내가 프로젝트를 담당해 애정이 많은 차이지만, 그것보다 더 괜찮은 차라고 생각한다. 보통 트럭의 경우 편의 사양이나 옵션을 적용하지 않기 마련인데, 싼 가격에 고객들이 선호하는 사양들이 대거 적용됐다. CK미니밴도 같은 맥락이다.”

△켄보 600은 기본형이 1999만원에 불과하다. 가격 경쟁력의 요인은 무엇인가

-“거품을 뺐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차를 만들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일단 인건비와 부품 단가가 싸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규모가 크다 보니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단가가 비쌀 수가 없다. 또한, 독일이나 미국에서 자동차를 수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운임비도 절약된다. 타 수입차처럼 가격을 올려 팔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고 국내 사정에 맞지 않았다.”

△현재 렌터카, 카셰어링 업체와 어느 정도 협상이 진행됐나

-“현재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얼마든지 할 의향이 있다. 우리보다 렌터카, 카셰어링 업체 쪽이 오히려 관심을 더 많이 갖고 있다. 아직 물량이 확보되지 않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물량에 여유가 생기면 다시 논의해 보자고 했다.”

△올해 3000대 판매가 목표인 것으로 안다. 물량 확보는 어떻게 하고 있나

-“중국차의 위상이나 마케팅 능력이 더 향상돼야 한다. 아직은 바로 구매하기보다는 중국차의 판매 추이를 지켜보는 사람이 많다. 1년은 지나 봐야 우리 차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그때쯤이면 판매가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역시나 관건은 물량 확보다. 목표를 다소 높게 잡기도 했지만, 물량 확보와 인증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내 통관과 인증 일정에 맞게 분주히 준비해서 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북기은상기차가 차량을 생산해 수출하는 지역이 전 세계적으로 20개국에 달한다. 주문 순서와 물량에 따라 북기은상기차가 물량을 배분한다. 주문이 늘면 물량 확보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북기은상기차에 이어 다른 중국 브랜드도 한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앞으로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다른 중국산 자동차가 들어오는 것은 환영한다. 그리고 그렇게 돼야만 한다. 단, 가성비가 좋고 성능이 좋은 차여야 한다. 그게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중국산 자동차의 최고 걸림돌은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싸고, 성능이 좋은 모델들이 들어오면 이미지가 크게 개선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는 중국산 승용차를 수입한 첫 기업이라는 강점이 있다. 이미 인증, 네트워크, 부품 체계 등을 선점했다. 이후 국내에 들어올 다른 업체에 비해 3 ~ 4년 앞서 있다는 뜻이다. 이전에 고객관리팀장을 5년 동안 맡으며, 관리 데이터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때문에 고객 데이터 축적과 판매 네트워크 확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부분의 노하우는 더욱 쌓일 것이다. 후속으로 들어오는 기업이 치러야 하는 기회 비용을 벌써 지불했다는 뜻이다.”

<약력>

이강수(57) 중한자동차 대표는 성균관대학교 기계과·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대우자동차에 입사해 6년 동안 루마니아에서 주재원 생활을 한 뒤, 영업본부장과 해외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당시 그는 라보, 다마스, 티코 등 대한민국 최초의 경차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매니저를 맡아 대리점 제도를 최초로 도입했다. 이후 대우자동차에서 코라오(KOLAO)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이 대표는 자동차 부문 총괄 사장을 맡아 △신차 개발 △생산 △품질 △판매 △AS 부문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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