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국내 대표 항공사와 해운사를 보유하고 있는 한진그룹이 2조여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S-Oil의 지분을 매입한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2일 국내 대표 물류·택배사인 (주)한진은 향후 3년간 S-Oil의 유류사업자로 선정돼 연간 400억원의 신규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진은 "지난 2004년부터 2년여 간 H사의 정유부문 운송을 담당했던 물류 운영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진그룹이 S-Oil의 2대 주주라는 점이 이번 사업자 선정에 반영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한진 관계자는 "초기 안정화된 물류 업무 수행 이후 S-Oil과 단계적으로 물류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혀 한진그룹의 S-Oil 자사주 매입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한진그룹이 S-Oil의 지분을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사업성격상 유류소비가 많은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라는 계열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유류 확보였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이 S-Oil 지분을 인수했을 때 정유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구매선 변화를 우려했으며, S-Oil측도 점차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구매량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재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유류 구매선에 커다란 변동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대한항공 한진해운은 "S-Oil 자사주 인수를 계기로 해서 S-Oil에서 생산한 기름에 대한 소비의 증가는 없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이 S-Oil 자사주 인수를 할 때 밝힌 '안정적 유류 공급선 확보'의 의미는 공동경영을 하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아람코와 S-Oil 등을 통해 유류업계 소식 및 트렌드 등을 다른 업체들보다 빨리 파악하고 이를 통해 미리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사업 특성상 유류 소비가 많기 때문에 정유업계나 국제석유시장 등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지난 9월 A380 시험비행 기자간담회에서도 "아람코와 S-Oil을 공동경영하면서 일반적으로 얻기 어려운 정보를 얻어 항공사업 전략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의 유류 구매선 변화는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한진해운 관계자는 "유류 구매나 원유 수송 등의 계약은 일반적으로 연간(길게는 수년까지)단위로 이뤄진다"며 "따라서 올해 이뤄진 S-Oil 자사주 인수로 유류 구매선이 바로 변화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진해운 관계자는 "우리 회사가 투자한 회사이기는 하지만 S-Oil측과의 계약조건이 SK에너지·GS칼텍스에 비해 월등히 좋지 않다면 굳이 현재의 구매비율을 변경할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국면을 나타내고 있고, 이같은 고유가 시대가 지속된다면 한진그룹의 S-Oil 지분 인수는 가시적으로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항공업계와 정유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가시적인 효과는 없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유류공급의 제한이나 국제유가 상승 등 불안요인이 발생할 때 자사주 인수에 대한 효과는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