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그동안 강조해온 대규모 감세 계획의 구체적 면모를 나타날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는 이번 연설에서 러시아와 북한, 중동 등 산적한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 자신의 시각을 밝히는 것은 물론 감세와 인프라 투자 등 경제정책에 대해 명확한 전망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대통령은 1월에 정권 운영의 큰 틀을 제시하는 연두교서 연설을 의회에서 실시한다. 트럼프는 새로 취임했기 때문에 그 시기가 28일로 미뤄졌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역시 감세 계획이다. 트럼프의 감세와 인프라 지출에 대한 기대가 그동안의 트럼프 랠리를 지탱해왔다.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지날주말까지 11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S&P500지수도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이번 의회 연설에서 감세 계획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면 트럼프 랠리가 끝나는 것은 물론 증시가 큰 폭의 조정에 들어갈 수도 있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에서 현재 35%인 최고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고 1조 달러(약 1131조 원) 규모 인프라 투자를 단행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4%로 높일 것이라고 약속해왔다. 트럼프가 이번 연설에서 법인세와 개인소득세 인하의 구체적 계획을 공개하면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의 감세 이후 30년 만에 최대 규모 세제 개혁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자신의 세금개혁안을 의회에 제시하는 한편 사회보장연금이나 메디케어(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의료보험) 등 복지지출은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최우선 경제순위는 법인세와 개인소득세 개혁”이라며 “세제를 간편화해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줄이며 미국 기업들이 더 많은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세와 더불어 관심을 끄는 것은 여당인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추진하는 국경조정세를 트럼프가 얼마나 받아들일지 여부다. 이 법안은 미국 기업의 법인세 산정 시 수입품 사용에 따른 비용 공제를 인정하지 않고 수출품 판매로 일어나는 매출에 대해서는 면세하는 제도다. 트럼프는 ‘국경조정세’가 너무 복잡하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주장하는 ‘국경세’도 기본적으로는 국경조정세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경조정세가 수입품에 실질적으로 20%를 과세하는 구조로, 일본과 중국 등 미국의 교역상대국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는 자동차의 대미 수출이 급감해 국내총생산(GDP)이 0.5%포인트 안팎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국경조정세는 수출 보조금을 금지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되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 내에서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