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기업 사옥 앞의 스타트업 집회

입력 2017-02-27 11:09 수정 2017-02-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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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근 산업2부 기자

얼마 전 자동차인테리어 애플리케이션 ‘카피플’을 개발한 스타트업 CSA코리아 직원들이 SK텔레콤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는 SK텔레콤 자회사인 SK테크엑스가 사업 제휴를 통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CSA코리아는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 ‘브라보! 리스타트’ 4기 업체로, 63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된 유망 기업이다. SK테크엑스는 지난해 6월 초 SK텔레콤으로부터 CSA코리아의 카피플사업을 소개받아 자산 인수와 운영 계약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5개월의 실사 끝에 사업성이 없다며 계약을 백지화했다.

일반적으로 기업 간 인수·합병의 경우, 실사를 통한 사업성 검토는 필수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만, 자본력과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부터 시장 개척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난관을 뚫고 서비스를 개발하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접근한다. 기술을 베끼거나 사업 제휴를 미끼로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사례가 과거 비일비재했다.

이에 대해 SK테크엑스 관계자는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우리는 인수합병에 필요한 기본적인 원가비용에 관란 임금결산 자료 등이었지, 원천기술같은 핵심자료를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사를 통해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추후라도 이 사업에 진출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인수합병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열람했을 뿐인데 대기업의 영업비밀 침해로 분위기가 조성되면 오히려 스타트업과 대기업간 상생협력의 분위기가 침체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범정부 중소기업 기술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를 영업비밀로 볼 것인지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현재는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이후의 기술 약탈에 대해서만 제재를 하고 있어 스타트업의 기술 보호에 한계가 있다. 지금이라도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제시해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분쟁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법 개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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