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야합과 통합은 무엇이 다른가

입력 2017-02-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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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벼슬 운이 지지리도 없던 인물이었다. 70평생에 50대 초중반에야 반짝 벼슬 운이 비췄을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오늘날의 법무장관에 해당하는 대사구(大司寇)라는 벼슬을 지냈다는 점이다. 인과 예의 기치를 높이 내건 공자와는 어울리지 않게 말이다.

공자가 법무장관이 된 지 1주일 만에 한 일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소정묘(少正卯라)는 인물의 목을 베 사흘 동안 시장에 내건 일이었다(공자가어, 孔子家語). 더구나 여론에 몰려 마지못해 결정한 게 아니었다. 제후부터 제자까지 여론 주도층이 나서서 통사정하며 읍소하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마천은 사기 ‘공자세가’에서 소정묘가 정치적 혼란을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소정묘는 포퓰리스트였던 셈이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공자의 중심 사상은 인(仁)이 아닌가. 노나라 실권자 계강자가 “무도한 자를 죽여 사회를 바로잡으면 어떠냐”고 물을 때 “어찌 사회를 바로잡는다면서 백성을 죽일 생각부터 하느냐”고 정색하며 반격하던 공자가 아니냐는 말이다. 소정묘가 대체 어떤 인물이며,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다고 판단했기에 그같이 참혹한 처형에 처했을까?

당시엔 쓰러져가는 노나라 정통왕실, 실세인 삼환집안(노나라의 권력자인 계손(季孫), 숙손(叔孫), 맹손(孟孫) 세 집안을 가리킴), 그리고 이들 삼환씨 집안의 가신으로서 역시 강력한 세(勢)를 형성한 양호의 세력이 존재했다. 소정묘는 가는 곳마다, 만나는 세력마다 듣기 좋은 말을 하며 말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 했다.

공자의 수제자인 자공이 ‘소정묘 구명운동’에 앞장서자 공자는 이렇게 훈계한다.

“사람에게는 다섯 가지 못된 재간이 있는데, 강도질과 도둑질은 거기에 끼지도 못한다. 첫째는 통찰력이 있으면서도 독을 품은 마음이다. 둘째는 편파적이면서 행동이 완고한 것이다. 셋째는 거짓을 말하며 논쟁을 즐기는 것이다. 넷째는 기억력이 좋으면서 추악한 것만 담아놓는 것이다. 다섯째는 잘못을 잘 저지르면서 변명이 궁색하지 않고 유창한 것이다. 이 중 하나만 가진 사람도 처형을 면하기 어렵다. 그런데 소정묘는 5가지 해악을 모두 가진 자였다. 그뿐 아니라 어디서든 추종자들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었다. 입만 열면 자신의 사악한 본성을 감추고 듣는 사람들을 속여 넘길 수 있는 약삭빠른 언변을 가진 자였다. 옳고 그른 것을 뒤집어놓아도 그의 거짓을 잡아내 끌어내릴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악당들의 영웅이었기에 처형하지 않을 수 없었느니라.”

한마디로 도둑질은 서민들의 생계형 범죄라 오히려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백성을 오도해 잘못 판단하게 만드는 것은 지식인형 범죄라는 점에서 더 죄가 무겁다는 말이다. 공자는 중심 없이 여론만 좇아 그때그때 말을 달리하는 사람을 ‘향원(鄕愿)’이라 칭하며 낮춰 본다. 마을 향에 공손할 원, 겉으로는 원만한 것 같지만 속으로는 이익을 위해 어디로 굴러갈지 모르는 대세추종형 인물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에 비해 “달사(達士)는 다름은 포용하지만 틀림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대응하고 배척한다”고 구분한다.

이는 서양에서도 다르지 않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적을 만들 줄 모르는 사람은 자신만의 원칙이 없는 우유부단함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적을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느라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다.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내려는 사람은 영원히 믿을 만한 친구를 사귈 수 없다. 진실한 친구가 되기도 하고 진짜 원수를 만들 줄도 아는 군주, 그는 누구를 찬성하고 누구를 반대하는지 확실하게 밝힐 줄 아는 사람이다. 최악의 경우는 바로 원수도 없지만 진정한 친구도 없는 사람이다.”

빅 텐트, 연정, 중도 보수 대연합…. 대선 후보마다 내세우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당시 내놓은 구호도 ‘100% 대한민국’이었다. 분열과 갈등의 시대에 ‘통합’은 분명 시대정신의 기치다. 문제는 야합과 통합은 다르다는 점이다. 통합은 대의를 위해 ‘다름을 포용’하는 것이다. 반면에 야합은 이익을 위해 ‘틀림을 허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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