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사했던 고관세를 실제로 부과할 경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남쪽 국경을 넘어온 제품에 관세와 할당량을 부과하는 것을 고집한다면 우리는 협상장에서 걸어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협상 테이블에서 ‘안녕’이라고 말할 것”이라면서 “나프타가 폐기되더라도 절대적인 위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멕시코가 나프타 폐기를 모색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과하르도 장관은 지난달 현지방송과 인터뷰에서 나프타 재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탈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그는 당시 “나프타가 명백히 멕시코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협정 가입국이 우리나라에서 물건을 팔 수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무언가를 노리는데 기대 이하의 결과를 가지게 된다면 (나프타에) 계속 남아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나프타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3국이 무관세 등 광범위한 자유무역을 추진하고자 1992년 체결한 협정으로 1994년부터 발효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나프타는 재앙”이라면서 나프타를 자국 일자리 보호에 유리하도록 고칠 것이라며 재협상 또는 파기를 시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35%의 국경세 부과를 언급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백악관 등을 통해 20%로 낮아진 단계까지 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나프타의 과실을 멕시코가 대부분 가져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멕시코산 수출 제품 중 일부는 미국산 부품을 멕시코서 단순 조립해 수출하는 것으로, 트럼프의 인식이 잘못된 통계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의 72%가 미국으로 수출되지만 수출 차 부품의 38%는 미국산일 정도로 양국은 나프타의 무관세를 활용한 상호 보완적 분업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정부는 오는 6월부터 나프타 공식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