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28일 오후 삼성 서초사옥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모든 책임이 미래전략실에 있음을 통감하고 미전실을 완전 해체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959년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한 미전실은 5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총수 직속 조직인 미전실은 1959년 이병철 창업주 시절 회장 비서실에서 출발해 1998년 구조조정본부, 2006년 전략기획실, 2010년 현재의 미전실로 이름을 바꿔가며 6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해왔다.
계열사들의 현안을 직접 챙기고 그룹을 총괄하는 역할을 해 '임원 승진을 위한 필수코스'로 여겨졌지만, 대외 로비와 총수 일가의 승계 지원 등의 업무로 비판 여론이 커졌다.
미전실 해체와 함께 각사는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경영에 나선다. 계열사를 총괄하는 선단식 경영을 해온 삼성이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삼성그룹'이란 이름도 더이상 쓸 수 없게 됐다.
삼성은 미전실의 기능은 모두 계열사로 이관하되, 한때 삼성의 막강한 정보력을 상징하던 대관 조직을 폐지하고 관련 업무도 아예 없애기로 했다.
미전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비롯해 7개 팀장은 모두 사임한다. 이준 팀장은 사임의 의미에 대해 "퇴사를 의미하고 삼성을 떠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부문 사장(승마협회장) 역시 삼성전자와 승마협회에서 모두 물러나고 승마협회에 파견된 임직원들 역시 소속사로 복귀하기로 했다.
삼성은 또 외부 출연금과 기부금의 일정 기준 이상은 이사회 또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의 승인 후 집행하기로 했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이사회에서 10억원이 넘는 기부금이나 후원금, 출연금을 낼 때는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다른 계열사들도 이 같은 방안을 곧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미전실 해체 후 각 계열사의 이사회 기능은 강화된다. 그룹의 ‘가이드라인’이 없어지는 대신, 각 계열사의 주요 의사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이뤄지게 된다. 사장단 및 임원 인사도 계열사 이사회가 직접 맡는다. 이미 이날 오후 삼성SDI와 삼성전자에서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는 등 계열사 자율경영의 신호탄을 쐈다.
삼성이 사실상 ‘그룹’ 을 해체하면서 △수요 사장단회의 △신임 임원 만찬 △연말 CEO 세미나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등 그룹 행사도 전격 폐지된다. 삼성그룹 홈페이지와 블로그, 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의 흔적도 없애기로 했다.그룹 공채 역시 폐지되고 계열사가 자체 인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신입이나 경력 사원을 뽑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