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될듯 말듯’ 안 풀리는 아시아 1호 백혈병치료 신약

입력 2017-03-0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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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양약품 '슈펙트', 작년 1차치료제 승인 이후에도 매출 20억원대..글리벡 복제약 등과 힘겨운 경쟁

일양약품의 백혈병 치료 신약 ‘슈펙트’가 좀처럼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초 슈펙트 매출 확대의 ‘마지막 퍼즐’로 지목됐던 1차치료제 지위를 획득했지만 여전히 더딘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회사 측은 한정된 시장 규모 특성상 올해 이후 슈펙트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2일 의약품 조사 업체 IMS헬스의 자료에 따르면 슈펙트의 지난해 매출은 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2배 가량 증가했지만 경쟁 약물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더딘 행보다.

▲일양약품 '슈펙트'
▲일양약품 '슈펙트'
지난 2012년 1월 국산신약 18호로 승인받은 슈펙트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로 사용하는 약물이다. ‘아시아 최초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시장에 등장했다. 슈펙트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글리벡’보다 효과가 월등한 약물로 평가받는다.

슈펙트는 최초 허가시 글리벡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에 한해 2차 치료제로 사용하도록 허가돼 사용 환자가 제한적이었다.

슈펙트의 경쟁약물로는 BMS의 ‘스프라이셀’과 노바티스의 ‘타시그나’가 꼽힌다. 스프라이셀과 타시그나 모두 당초 슈펙트와 같은 2차치료제로 허가받았지만 슈펙트가 발매되기 직전 초기 환자에도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받아 1차 치료요법으로 승인이 났다.

슈펙트 입장에선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었다. 글리벡을 포함해 만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 4개 중 슈펙트만이 2차치료제로 남았기 때문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중 2차 치료제 환자는 15~20%에 불과하다. 슈펙트의 매출이 2015년까지 10억원 안팎에 머물렀던 가장 큰 이유다. 슈펙트의 마케팅과 영업은 2012년부터 대웅제약이 전담한다.

슈펙트는 지난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2015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새로 진단된 만성기의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만성골수성백혈병 (Ph+CML) 성인 환자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됐다. 1차치료제 처방이 가능하도록 허가사항이 변경됐고 지난해 2월 건강보험급여 대상도 1차치료제로 확대됐다.

일양약품은 1차치료제 진입을 목표로 지난 2011년부터 240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국내외 24개 대형병원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진행했다. 슈펙트의 반등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연도별 놀텍·슈펙트 매출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IMS헬스)
▲연도별 놀텍·슈펙트 매출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IMS헬스)

하지만 슈펙트는 지난해 20억원대 매출로 기대만큼의 성적표를 거두지 못했다. 사용범위 확대로 매출이 급증한 '놀텍'의 사례처럼 일양약품이 내심 기대했던 반등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일양약품의 첫 신약인 항궤양제 놀텍은 지난 2009년 허가받은 이후 적용 질환이 다양하지 않다는 이유로 매출은 미미했다. 하지만 2012년 역류성식도염 효능을 인정받은 이후 놀텍은 단숨에 연 매출이 100억원대로 성장했다. IMS헬스 자료를 보면 놀텍의 지난해 매출은 130억원이다.(유비스트 기준 원외처방 184억원)

반면 경쟁 약물인 스프라이셀과 타시그나가 지난해 각각 225억원, 27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다. 슈펙트보다 10배 가량 많은 매출을 기록하며 멀찌감치 달아나는 형국이다. 표준치료제인 글리벡의 경우 2013년 제네릭 발매에 따른 점유율 하락과 약가인하로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상승세로 돌아섰다. 슈펙트의 1차치료제 사용 승인에 따른 기존 치료제의 점유율 하락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연도별 주요 만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 매출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IMS헬스)
▲연도별 주요 만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 매출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IMS헬스)

사실 슈펙트의 사용범위가 확대됐지만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이라는 특성상 신규 환자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일양약품 측은 “만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의 경우 표준치료제는 글리벡인데 생명과 직결된 질병이어서 기존에 치료받던 환자를 슈펙트로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슈펙트는 글리벡의 제네릭과도 경쟁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지난 2013년 6월 글리벡의 특허가 만료되자 한미약품, 종근당, 동아에스티 등 10여개 업체가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업체는 제네릭 가격을 특허만료 전 글리벡의 16% 수준까지 떨어뜨리며 시장에 침투 중이다. 슈펙트가 타시그나와 스프라이셀 대비 장점으로 꼽히는 가격경쟁력이 글리벡 제네릭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초기 환자에 단계적으로 슈펙트 사용을 확대하는데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어 내년께 연 매출 100억원 돌파를 목표로 세웠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터키, 중국, 러시아 등 해외시장 공략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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