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佛대선주자 마린 르펜, 트럼프보다 더한 극우 포퓰리스트

입력 2017-03-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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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세계화·이민, 보호무역주의 공약 앞세워 지지율 1위 질주

프랑스의 ‘우파 포퓰리스트’ 마린 르펜(48) 국민전선(FN) 대표의 돌풍이 거세다. 지난해 영국에서 시작한 반(反)세계화, 자국우선주의는 미국을 돌아서 이제 르펜을 중심으로 프랑스에서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한술 더 뜨는 르펜의 극우 포퓰리즘이 프랑스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판 트럼프’= 국민전선 대표인 르펜은 지난해 11월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당선하자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다. 반세계화의 물결이 프랑스에서도 확산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르펜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라 프랑스 다보르(La France d’abord·프랑스 우선주의)’를 내걸며 각종 극우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우 있다. 르펜의 공약은 크게 반세계화, 보호무역주의, 반이민 측면에서 트럼프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르펜의 공약이 트럼프보다 한술 더 뜬다고 평가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민자 신규 유입을 80% 줄여 연간 1만 명 수준으로 조정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특별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프랑스에 거주하는 이중 국적자는 프랑스 국적을 박탈한 뒤 추방하겠다고도 했다. 이는 트럼프가 추진하는 반이민 행정명령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르펜은 세계화와 이슬람 근본주의를 연결지어 “금융 세계화와 이슬람 세계화가 서로 결합해 프랑스를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대하는 태도도 트럼프와 비슷하다. 르펜은 지난달 26일 경쟁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39) 전 경제장관의 지지율이 올라가자 “언론들이 그들의 후보를 정했다”면서 언론이 마크롱 전 장관을 편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순탄치 않았던 유년시절= 르펜은 국민전선의 창시자이자 극우민족주의자 장 마리 르펜의 딸이다. 아버지 장 마리가 “나치의 홀로코스트는 역사의 사소한 부분”이라고 말한 것은 그의 극우성향을 말해주는 유명한 일화다. 정치인 아버지를 둔 덕에 르펜의 삶은 일찍부터 프랑스 정치계에 노출돼 있었지만, 그의 사생활은 상대적으로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그만큼 자신의 사생활 노출을 꺼렸기 때문이다. 그는 1968년 장 마리 르펜의 세 딸 중 막내로 태어났다. 영국 일간 더 선(The Sun)에 따르면 극우 성향인 아버지 때문에 그의 나이 여덟 살 되던 해에 집이 폭탄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극우성향에 반대하는 세력의 살해 위협이 극에 달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르펜은 열일곱 살 되던 해 부모의 이혼으로 원치 않은 언론계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으며 삶의 상당한 영향을 받기도 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르펜의 어머니가 아버지 장 마리 르펜의 자서전을 쓴 기자와 도망갔고, 결국 두 사람이 이혼했다고 전했다. 이혼 후 삶이 궁핍해진 르펜의 모친은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 누드 화보를 찍어 세간에 오르내렸다. 일각에서는 르펜의 어머니가 남편과의 재결합을 위해 누드 화보 촬영을 선택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르펜은 이 사건으로 15년간 어머니와의 교류를 끊었다. 이후 르펜은 부모의 이혼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르펜은 파리2대학에서 1991년 법학 석사학위를 취득해 1998년까지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국민전선 당내 법무팀 일도 병행했다. 르펜은 두 차례 결혼해 실패한 경험이 있다. 두 명의 전 남편 모두 국민전선 당내 활동을 하다 만났다. 첫 번째 남편 사이에서 세 명의 아이를 낳았다. 2006년 두 번째 결혼생활을 끝낸 르펜은 현재 싱글맘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싱글맘 르펜이 최초의 프랑스 여성 대통령으로서 프랑스 여성들을 보호하겠다고 주장하며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 제2의 메이 될까= 2011년 국민전선을 창설한 장 마리 르펜으로부터 당수 자리를 이어받을 때만 해도 르펜은 ‘극우 인종차별주의자’에 불과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 잇단 테러로 극우 정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르펜은 반이민 정책과 반유럽 정책을 앞세워 지지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르펜 대표는 이 여세를 몰아 4월 1차 투표를 통과해 결선투표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득표자가 결선투표를 해 대통령을 결정한다. 르펜은 프랑스가 처한 암울한 현실을 타개하려면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 ‘프렉시트(Frexit)’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자신이 당선되면 프렉시트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이끈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본보기로 삼겠다고도 했다. 그는 유로존 탈퇴를 통해 엄격한 이민 제한과 스마트 보호무역주의(smart protectionism)를 펼쳐 ‘번영의 길’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르펜은 유로화가 독일에선 저평가됐으나 프랑스에서는 과대평가됐다며 프랑스가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유로화를 버리고 과거 자국 통화였던 프랑화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르펜은 “영국 경제는 파란불 일색이다. 대혼란을 예측한 사람들은 상황을 오판했다”며 “실업률도 브렉시트 투표 이후 더 떨어졌고, 성장률은 오히려 상승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영국과는 달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회원국이다. 프랑스의 EU 탈퇴는 유로존 체계를 뒤흔들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금융권의 관심은 르펜 행보에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4일 UBS와 블랙록 바클레이스 등 일부 금융기관의 애널리스트들이 르펜 참모진에 직접 접촉해 프렉시트 구상안에 대해 직접 들었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주요 정당 대선 캠프 관계자들이 금융회사들과 접촉해 회동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주요 정당이 아닌 국민전선으로서는 이러한 금융회사와의 접촉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금융업계가 르펜의 승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프랑스의 다수 여론조사 결과는 르펜이 1차 투표에서 승리하지만 2차 결선투표에서 양자 대결 시 중도연대 카드를 꺼내든 마크롱에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인공지능(AI)을 통해 소셜미디어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1차 투표에서 르펜이 압승을 거둘 경우 결선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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