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의회연설서 밝힌 ‘역사적 세제 개혁’ 아직 갈 길 멀다

입력 2017-03-0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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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28일 상하 양원 합동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28일 상하 양원 합동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28일(현지시간) 상하 양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밝힌 ‘역사적 세제 개혁’을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경제 성장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30년 만의 세제 개혁과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재천명한 건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쟁점인 법인세율 인하와 특히 여당인 공화당이 주장하는 ‘국경조정세’를 둘러싸고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차분한 어조로 미국의 낙관적인 미래를 말하며 종전과 다른 ‘진짜 대통령다움’을 연출했다. 그러나 이번 연설 역시 추상적인 내용이 대부분으로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동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에서 연방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반해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법인세율을 20%로 낮추고, 국경조정세라 부르는 구조를 도입하는 독자적인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경조정세는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서 팔아 벌어들인 수입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면제하고, 해외에서 수입해 미국에서 판매해 번 수입에는 세금을 부과한다는 게 핵심이다. 즉, 얼마를 벌었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팔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미국에서 생산해 수출해야 유리한 구조여서 제너럴일렉트릭(GE) 보잉 같은 미국 수출 기업들은 환영하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월마트 홈디포 등 대형 유통업체는 반대한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국경조정세에 대한 찬반은 언급하지 않고 “미국 제품은 해외에서 높은 세율의 관세와 세금을 부과받지만, 외국 제품은 미국에 수출하고도 대부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하원 폴 라이언 의장은 이런 트럼프의 연설을 “홈런”이라며 호평, 미국 언론들은 중점 분야에서 백악관과 의회가 결속하고 있다며 세제 개혁 등 공화당 방안을 트럼프가 수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추진하는 방안은 수출 보조금을 금지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만약 국경조정세가 실현되면 세금 부담을 줄여줘 수출 촉진이 기대되지만 부품 및 제품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기업의 과세가 일방적으로 강화된다. 이렇게 되면 세계적인 무역전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공화당 내에서도 상원 지도부는 국경조정세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연방 정부는 올 여름께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의회 조정에 난항은 물론 재무부 인사도 더뎌져 세제 개혁 실현은 내년 이후로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도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는 개인소득세에 대해서도 “중산층을 대상으로 거액의 세금을 감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중산층을 위한 감세를 추진하는 한편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세제 혜택은 축소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민주당의 입장과 비슷한 것이어서 전통적으로 부유층을 위한 감세에 관대한 공화당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있다.

취임 전부터 공약한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도 재원이 문제다. 1950년대 주(州)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망을 구축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정권 이래 최대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임에도 이런 거액의 투자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방법은 불투명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공·민간 양쪽에서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며 민간 기업이 이에 동참할 경우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다만 연방 정부가 직접 거액의 자금을 투입할 경우, 감세 및 국방비 확장 정책과 맞물려 재정이 급격히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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