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등을 조립생산하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 대만 혼하이정밀공업의 궈타이밍 회장이 자신의 회사를 삼성전자처럼 키울 것이라는 야망 실현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궈 회장은 1일(현지시간)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 인수에 강한 의욕을 표시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그는 이날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열린 새 액정패널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도시바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 가치가 200억 달러(약 22조60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혼하이는 지난해 샤프를 손에 넣은 데 이어 도시바까지 노리는 등 경영난에 빠진 일본 기업 인수를 통해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내려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타사 제품을 조립생산하는 것을 넘어 핵심 부품과 소비자 브랜드 완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삼성과 같은 회사로 변모하려는 경영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궈 회장은 “우리는 도시바의 경영을 돕고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다”며 “또 혼하이는 제조·서비스 기업으로 미국 반도체 대기업과는 달리 도시바 사업부를 인수해도 반독점 금지법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수전에 뛰어든 목적에 대해서는 “인공지능(AI) 등의 발전으로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하이는 데이터센터 서버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도시바의 주력인 NAND플래시메모리는 최신 컴퓨터 저장매체 SSD에 쓰이며 데이터센터에서 SSD 채택이 확대될 전망이다.
궈 회장은 “우리는 도시바를 매우 오랫동안 연구해 자신감과 믿음을 갖고 있다”며 “도시바가 일본에 머물 수 있도록 도울 것이고 글로벌 제품 판매도 지원할 것이다. 심각한 재무 문제를 해결한 경험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도시바도 살릴 것”이라며 거듭 강한 의욕을 표시했다.
광저우 공장도 궈 회장의 야망을 보여준다. 글로벌 첫 주요 소비자 브랜드인 샤프를 산하에 두고 나서 샤프가 필요로 하는 핵심 부품 공급도 전담하는 수직 계열화 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한편 궈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내 공장 건설 압력과 관련해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사항 언급은 피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장 건설에 있어 미국과 중국 정부의 지원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궈 회장이 여전히 70억 달러 규모 미국 공장 건립을 원하고 있지만 주 정부의 구체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궈 회장도 이날 “우리는 광둥성 관리들의 카리스마와 역동성을 봤다”며 “우리의 공장을 유치하려는 미국 주 정부들은 중국으로 와서 배우고 연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혼하이의 광저우 공장 건설 협상이 5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