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무제 시대] 양성평등에 藥될까, 毒될까

입력 2017-03-0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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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자녀양육에 융통성… 경력 지속성 높여”… 반대 “여성에 육아 전담돼 성 고정관념 심화”

일본은 여성을 노동 시장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기업들에 탄력근무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아이를 둔 여성에게 좀 더 나은 근로 환경을 제공한다는 목적에서다. 양육을 해야 하는 부모에게 탄력근무제는 큰 기회일 수 있다. 자녀의 등·하교 시간에 맞춰 출·퇴근할 수 있고, 아이가 아플 때 눈치 보지 않고 간호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아에 도움이 되는 것과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일각에서는 탄력근무제가 여성이 계속 경력을 쌓을 수 있게 해 양성 평등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한편에서는 ‘아이가 있는 엄마가 적게 일한다’는 고정관념을 강화한다고 반박한다.

◇탄력근무제가 여성 경력 단절 막는다 = 직장 내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연봉이 적고 고위직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낮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녀가 생기면 대개 일을 그만두는 쪽은 여성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탄력근무제가 남성과 여성의 직장 내 연봉, 승진 가능성 차이를 좁힌다고 보도했다. 퓨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일하는 여성의 70%는 탄력근무제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고, 남성은 48%가 탄력근무제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전문직 여성 둘이 창업한 채용 알선회사 워크는 자녀가 있는 여성을 위한 취업 알선을 전문으로 한다. 이들은 페이스북, 우버,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근무 장소와 시간을 통제할 수 있도록 직원을 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해진 시간에 일하는 게 아니라 근무 시간을 선택할 수 있고,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근무할 수 있어 자녀 양육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워크를 통해 취업한 에린 플래쉬라는 여성은 비영리단체를 전문 컨설팅하는 업체에서 일한다. 그는 현재 일주일에 20시간만 일한다. 10시간은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맡기고 나머지 10시간은 아이가 자는 시간에 일한다. 급한 회의가 생겼을 때는 아이에게 태블릿PC를 주고 놀게 한다. 워크의 앤-마리 슬로터 이사는 “탄력근무제는 성과를 측정하기에도 제격”이라고 설명한다.

◇탄력근무제가 남녀 차별을 조장한다? = 반면 탄력근무제가 여성이 육아를 전담해야 한다는 편견을 강화한다는 주장도 있다. 오랄로버츠대학교의 데이비드 버커스 교수가 쓴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버커스 교수는 2014년 퍼먼대학교에서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을 근거로 들었다. 근로자가 인사과에 육아를 이유로 탄력근무를 요청했을 때 남성과 여성이 70% 대 57% 비율로 일에 헌신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고 나타났다. 즉 똑같이 탄력근무제를 요구했을 때 여성 쪽이 덜 열정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셈이다. 또 같은 직무와 직급에서 탄력근무를 해도 남성이 여성보다 연간 4700유로(약 563만 원) 더 많은 수입을 벌어들였다고 조사됐다.

버커스 교수는 남성은 탄력근무제를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반면 여성은 육아와 가족을 위해 탄력근무제를 사용한다는 편견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즉 여성이 육아가 아닌 능률을 위해 탄력근무제를 하더라도 가족을 위해 탄력근무를 한다고 여겨진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탄력근무제를 확대하는 것은 성 고정관념을 키우는 결과만 가져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탄력근무제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말한다. 직원의 근무 환경과 만족도를 개선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플렉스잡스의 사라 서튼 펠 최고경영자(CEO)는 궁극적으로 근로자가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지를 경청하는 게 첫 단계라고 조언한다. 탄력근무제를 채택하는 것은 어쩌면 그 다음 문제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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