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은산분리 족쇄 찬 인터넷전문은행

입력 2017-03-0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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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25년 만에 새로운 은행인 인터넷전문은행이 이달 중 문을 연다.

금융당국은 은행 시장의 ‘메기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은산분리’의 족쇄를 찬 상태에서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인터넷전문은행 두 곳 중 가장 먼저 영업을 시작하는 곳은 케이(K)뱅크이다. 이어 카카오뱅크가 상반기 내에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

이들 인터넷전문은행이 내세운 것은 ‘혁신성’과 ‘편리성’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우선 영업점이 없다. 연중무휴 24시간 모든 은행 거래를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할 수 있다.

절감한 영업점 운영 비용은 금융소비자에게 대부분 돌아간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업계 최저 수준의 대출금리와 최고 수준의 수신금리를 호언장담하는 근거이다.

케이뱅크는 무인정보단말기(KIOSK)를 활용해 보안 인증, 계좌 개설, 대출, 자산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핀테크 협력업체들과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상대방의 휴대전화 번호나 이메일 주소만으로 송금할 수 있고, TV를 시청하면서 자금 이체, 홈쇼핑 간편 결제 등이 가능하다.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인다. 공과금 수납은 물론 메신저 대화 기능을 활용해 간편하게 돈을 보낼 수 있다.

이들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미 상당수 잠재고객을 확보했다. 케이뱅크는 KT의 유무선 전화, IPTV 가입자 등 3000만 명이 서비스 대상이다. 카카오뱅크는 3800만 명이 넘는 카카오톡 가입자가 기반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회사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합작품다운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기존 은행들도 ‘디지털 금융’을 전면에 내걸고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는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보다 먼저 모바일뱅크의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간편 송금이나 환전 등 금융 거래를 비롯해 통합 멤버십을 통한 부가 서비스까지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을 창출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초반부터 열세에 몰릴 가능성도 높다.

그나마 인터넷전문은행이 기대를 거는 것은 중금리 대출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4 ~ 7등급 신용평가자들을 대상으로 기존 은행 대출 대비 3 ~ 5%포인트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줄 계획이다.

문제는 대출 업무에 필수적인 자본 확충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현행 은행법에서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이를 완화하려는 은행법 개정안 등은 국회에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은산분리 완화가 늦어지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증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케이뱅크는 은행 설립을 위한 초기 자본금 2500억 원 중 절반 이상을 시스템 구축과 인건비 등으로 사용한 상태다. 케이뱅크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지키면서 초기에 원활한 대출 영업을 하려면 2000억 ∼ 3000억 원 규모의 자본금을 더 마련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인터넷전문은행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게 된다. 금융당국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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