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스타들, 왜 대통령과 싸울까?

입력 2017-03-0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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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루스 네가를 비롯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법정 투쟁을 벌이는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을 지지하는 파란 리본을 달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들은 혐오스러우며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캐시 애플렉 등은 트럼프 비판에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가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정치적인 해가 될 것이다”라는 영화평론가 피터 트래버스의 예상을 입증이라도 하듯 26일(현지시간)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영화제에 모습을 드러낸 스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직격탄을 날리는가 하면 저항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아카데미 영화제만이 아니다. “저항하라!”(래퍼 버스타 라임스) “지금이야말로 아티스트들이 움직일 때다.”(가수 제니퍼 로페즈)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한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뭉쳐야 살 수 있다.”(배우 제임스 코든) 12일 개최된 제59회 그래미상 시상식 역시 스타들의 반트럼프 구호와 비판으로 물들었다.

연기파 배우 메릴 스트립은 1월 9일 제74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혐오는 혐오를 부르고,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권력자가 약자를 괴롭히기 위해 지위를 이용한다면 우리는 모두 패배할 것이다”라고 트럼프에 일갈했고, 할리우드 스타 조디 포스터는 24일 베벌리 힐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금이야말로 저항하고 해답을 구할 때다”라며 트럼프 대통령 항의 대열 동참을 촉구했다.

요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할리우드 스타와 배우, 가수들의 비판 맹폭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스타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일전을 불사하고 있다. 대중의 열렬한 지지와 사랑을 받는 할리우드 스타와 가수들은 왜 트럼프 대통령에 온몸으로 저항할까.

영국 워릭대학교 리처드 다이어 교수가 강조하듯 스타와 연예인은 기존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기도 하지만 위협받는 선의와 가치를 체현하고 회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스타와 예술인은 시대 변화에 예민한 감수성과 날카로운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로 ‘잠수함 속 토끼’처럼 어느 사회, 어느 시대든 비리와 부패, 불합리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그것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그리고 그 고통을 통해 사회의 위기를 경고한다.

할리우드 스타들은 인종차별 행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선 강화, 환경과 복지 정책 후퇴, 반인권적 언행, 언론자유 침해 등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가 건강한 미국 사회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소중한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판단해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이 “스타는 지식 제공자일 뿐만 아니라 인격 형성자이며 대중을 선도하는 자”라고 했듯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스타들의 비판은 수많은 대중을 반트럼프 대열에 합류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내는 할리우드 스타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의 과장과 허언의 반격이 뒤따르지만, 다수의 국민은 스타들의 비판이 건강한 미국 사회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신뢰하고 있다.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는 이유로,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연예인과 예술인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차별하고 탄압한 박근혜 정부와 대조를 이룬다.

부패와 비리, 불합리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스타와 예술인의 우리 사회 위기와 문제에 대한 경고와 비판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블랙리스트로 낙인찍어 배제와 탄압을 했기에 수많은 국민을 고통으로 몰고 간 국정 마비가 초래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까지 당하는 위기에 처한 게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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