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세계 최대 건자재업체 세멕스가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장벽 건설에 자재를 제공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CNN머니는 미국과 관계가 악화하는 와중에 멕시코 기업이 수혜를 입으려 하는 모순적인 일이 일어났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멕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과 멕시코 간 장벽 건설을 요구하는 고객이 있으면 우리는 견적을 내고 이를 시행할 수 있다”며 “다만 해당 프로젝트에 반드시 참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만약 세멕스가 장벽 건설을 맡게 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입이 닳도록 주장하는 ‘미국 일자리 창출’도 실천할 수 있다. 현재 세멕스는 전 세계에서 4만3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그 중 멕시코와 미국에서 각각 1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세멕스는 미국의 휴스턴과 뉴욕에 지사를 두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큰 건물인 세일스포스타워와 마이애미에 있는 83층짜리 초고층 빌딩을 짓기도 했다. 세멕스의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 시장은 전체 매출의 28%, 멕시코와 북유럽은 각각 20%, 22%를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첫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국경 장벽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력하지 않았으나 “곧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곧 남부 국경지대를 따라 위대한 장벽 건설을 할 것”이라며 “계획한 일정보다 빨리 장벽을 건설해 완공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경 장벽이 마약과 범죄에 대한 효과적 무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3200여km의 국경 장벽을 설치하는 데 120억 달러(약 13조7340억 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미 국토안보부는 이보다 훨씬 많은 약 21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비용이 애초 생각보다 훨씬 많이 들 것이라는 내용을 읽었다”며 “내가 직접 협상에 나서면 크게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선 캠페인 기간에 트럼프는 이 비용을 멕시코 노동자들이 미국에서 멕시코로 송금할 때 세금을 부과해서 충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CNN머니는 현재 수백 개의 건설회사가 입찰을 희망하고 있으며 다음 주부터 기업들이 제안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입찰 결과는 4월 중순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