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전 ‘2조→25조원’ 판 커졌다…SK하이닉스 ‘승자의 저주’ 빠질라

입력 2017-03-04 09:57 수정 2017-03-0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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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 공룡들까지 인수전 가세 태세…매각 규모 급증

일본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반도체 사업 인수전이 예상 밖으로 판이 커졌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공룡들까지 인수전에 가세할 태세다. 이에 인수 규모가 최대 25조 원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인수에 나섰던 SK하이닉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4일 반도체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당초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을 분사하면서 20% 미만의 지분만 매각하기로 했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반도체 사업의 과반 지분을 파는 방안을 검토한다. 일각에서는 분사 후 설립될 '도시바메모리'의 주식을 최대 100%까지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 매각 금액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자, 당초 2조∼3조 원대로 관측되던 인수 가격도 급격히 치솟았다. 일본 언론들은 최대 2조5000억 엔(약 25조1630억 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 가치 2조 엔에 20∼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액수다. 이는 낸드칩 사업의 경영권까지 확보할 수 있는 장이 열리자 군침을 흘리는 기업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미국의 애플과 MS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기에 대만의 파운드리 반도체회사인 TSMC도 도시바 반도체 사업 투자로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소식도 보도됐다. 당초 19.9%의 지분을 매물로 내놨을 땐 SK하이닉스와 아이폰을 조립하는 대만의 폭스콘, 미국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웨스턴디지털(WD),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정도만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수에 나섰던 SK하이닉스의 고민이 깊어졌다. 도시바는 무척 탐나지만 소화하기엔 너무 큰 매물이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작년 말 기준 4조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SK하이닉스의 독자 인수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로서는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낸드 반도체 기술을 끌어올리며 단숨에 이 시장의 강자로 떠오를 수 있는 기회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36.6%)-도시바(19.8%)-웨스턴디지털(17.1%)에 이어 4위(10.4%)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도시바를 인수한다면 점유율이 47.3%로 껑충 뛰어오르며 단숨에 업계 1위로 도약한다.

여기에 일본 재계와 정부가 반도체 핵심기술의 국외 유출을 우려하며 일본 기업에 매각해야 한다는 여론 조성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도시바 역시 자금력, 1년 내 매각, 고용 유지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고 있어 인수 업체로서는 부담이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이미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반독점 규제 심사라는 문턱도 넘어야 한다.

한편 매각 금액이 천문학적으로 높아지자 인수전 개막 전부터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반도체 경기가 악화하면 외려 무리한 차입에 발목을 잡혀 경영난에 부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분 인수 제안이 오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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