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 방안으로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독자 핵개발부터 핵잠수함 건조 등 한국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팀의 회의가 지난달 28일을 포함해 두 번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모든 대북 옵션이 논의됐고, 이 중에는 한국에 전술핵무기(tactical nuclear weapons)를 재배치함으로써 극적 경고(dramatic warning) 효과를 내는 방안도 거론됐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배치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를 거론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1958년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처음 배치했다. 그러다가 1991년 9월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핵무기 감축 선언에 따라 주한 미군에 배치됐던 전술핵무기를 철수했다. 그랬던 미국이 다시 한반도 전술핵무기 배치를 검토하는 건 북한 때문이다. 북한이 핵보유국을 주장하면서 핵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자, 주한미군 기지에 전술핵무기를 다시 들여와 군사적으로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현실적인 대응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2015년 기준으로 180여 발의 핵무기를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의 동맹국에 배치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결정한다면 B61, B83 등의 핵폭탄과 열핵탄두인 W76, W78, 공대지 순항미사일(AGM-86)에 탑재하는 W80(150kt) 등이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반도에 미국 전술핵무기가 재배치되면 북한의 핵개발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반대론자들은 미국 전략무기 상시 순환배치 등 확장억제력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