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해저터널ㆍ열차페리 … 또 등장한 초대형 토목공약

입력 2017-03-06 10:29 수정 2017-03-0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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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철, 10년 전 朴보다 더 나간 100조 사업 공약…정운찬도 ‘115조’짜리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대규모 토목공약이 이번에도 나왔다. 대선주자들은 한국경제의 돌파구로 제시하고 있지만, 많게는 100조원이 넘는 예산 부담으로 현실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유라시아 큰 길’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평택·당진항에서 열차페리를 이용해 중국 산동 옌타이(연태시)를 잇는 ‘황해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먼저 구축하고, 중장기적으로 한·중·일 해저터널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이다.

선박에 열차를 싣는 ‘열차페리’ 방식으로 황해 바다를 가로질러 중국으로 철도망을 구축, 이후엔 중국에서 러시아, 독일로 통하는 기존 철도망을 이용해 유럽까지 연결하겠다는 그림이다. 또한 한·중 해저터널을 뚫어 중간에 인공섬 9개를 띄우고 외국인 전용카지노, 의료관광단지 등을 조성하는 한편, 부산 등 영남권과 일본 후쿠오카현 사이에 한·일 해저터널도 만들겠다고 했다.

이 중 한·중 해저터널에만 총 100조원의 건설비가 들 것이란 게 원 의원 측의 추산이다. 원 의원 측은 6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한국과 중국이 50조원씩 부담하되, 우리는 정부가 대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외자를 유치해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중 해저터널로만 120만개, 전체 유라시아 큰 길 정책으로는 향후 5~7년간 34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도 서해안과 중국 산둥반도를 잇는 ‘한·중 해저터널’ 건설을 제안했다. 건설 비용은 1000억 달러 가량으로 제시했는데, 한화로 따지면 115조7000억원(1달러당 1157원 적용) 정도다. 정 이사장은 이 비용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서 저리로 10~20년 장기 차관을 받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스케일’은 작지만 세종시 관련한 공약들은 지역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경우 세종시에 국회 분원의 설치,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이전을 약속했고, 문 전 대표는 청와대 제2집무실도 만들겠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와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는 행자부 등 행정부처 외에도 청와대, 국회, 대법원, 대검찰청까지 옮기는 ‘세종시 정치·행정수도론’을 공동공약으로 내걸었다.

한편 대규모 토목공약은 과거에도 꾸준히 나와 표심을 흔들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2002년 ‘행정수도 이전’을 약속했던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지만 위헌 판결로 반쪽에 그쳤고, 2007년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 후 한반도대운하 공약을 4대강사업으로 바꿔 추진했음에도 환경파괴 논란 등이 끊이질 않았다.

2007년 이 후보와 경선에서 맞붙었던 박근혜 후보는 대륙횡단철도 및 한·중 열차페리를 제안했었고, 2012년엔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와 한반도 종단철도(TKR)을 연결한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만들어 복합 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연구위원은 “100조원이 드는 사업이라면 우리나라 올해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22조원을 대통령 5년 임기 내내 쏟아부어야 하는 규모”라면서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국가의 한정된 예산을 검증되지 않은 거대 사업에 투입하겠다는 건 허황된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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