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심하다? 알고 보면 중국이 더해

입력 2017-03-0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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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 국제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주 트럼프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시스템을 따르지 않을 것이고, 슈퍼 301조 부활도 검토하고 있다며 전 세계에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트럼프보다 더한 보호무역주의를 펼치는 국가가 있으니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와 관련해 한국을 상대로 온갖 종류의 보복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 허가 불허, 품질당국의 제품 불합격 처리, 한국 관광 제한 등의 행위는 중국의 비관세 장벽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다.

특히 중국은 정치적으로 자국의 입장과 다른 행보를 보인 국가들에 대해 무역을 무기로 협박을 일삼고 있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보다 더욱 악질적이다.

이미 한국 이전에도 여러 나라가 피해를 봤다. 단지 달라이 라마가 방문했다는 이유로 프랑스와 몽골 등 여러 국가가 중국으로부터 무역 보복을 받았다. 노르웨이가 인권 운동가인 류샤오보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자 중국은 연어 수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항상 자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중국의 법과 규정을 따라야 한다면서, 무역 방면에서는 국제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고 막무가내로 행동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자국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계무역기구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제소했다. 시장경제 국가라면 사드 보복이라는 치졸한 짓을 할 수 있을까.

사드 배치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도 중국이 아니던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국이 수수방관하지만 않았다면 사드 논란도 없었을 것이다. 중국은 항상 국제적으로 일이 터질 때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응을 주문해왔다. 지금 사드와 관련한 보복 행위는 스스로의 말을 어기는 셈이다.

이는 중국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한국 최대의 무역 파트너이지만, 한국도 중국의 4위 무역 파트너이다. 또 이런 사태를 보는 다른 외국 기업들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겠다는 경각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트럼프를 비판하기 전에 자국을 먼저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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