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없는 아파트 분양시장

입력 2017-03-08 07:00 수정 2017-03-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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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분양 예정 아파트 전년 동월 대비 20% 증가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이달 중 전국에서 3만3000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될 것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20% 늘어난 물량이다.

그것도 상대적으로 구매 수요가 풍성한 수도권보다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지방에 집중돼 있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더욱이 정부가 수요 억제책을 내놓지 않았던가.지난해 과열국면으로 치닫던 아파트 분양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1순위 청약 기준을 강화하고 분양권 전매 제한기간을 늘리는 한편 금융권의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했다.

이로 인해 주택 수요가 감소하고 공급 물량도 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택업체들이 공급을 늘리는 것은 분양시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뜻 아니겠나.

관련 업체들이 겨울보다 따뜻한 봄철 분양이 유리해 1,2월에 예정했던 물량을 3월로 넘기는 바람에 평소보다 공급량이 좀 증가한 측면도 없지 않으나 그래도 그렇지 냉기류가 몰려오고 있는 분위기인데도 분양을 강행하고 있어 그 연유가 궁금하다.

아마 예전처럼 1순위 완판(100% 판매완료)이 아니더라도 차 순위에서 분양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어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3순위에서도 집이 안 팔리면 아무리 사정이 급해도 분양에 나서기가 어렵다. 미분양 물량이 많으면 공사를 진행할수록 손실이 커진다.

아무튼 호황시절에 비해 청약률은 많이 떨어졌지만 분양에는 큰 문제가 없다면 걱정할 일이 아니다.

시장 상황이 정말 그럴까.

11.3 대책 이후 구매층이 얇아진 게 사실이고 게다가 대출금에 대한 분할 상환제가 시행되고 있어 자금 여력이 빈약하면 선뜻 분양대열에 합류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매달 지급해야 하는 대출 상환액이 적지 않아 웬만한 수익으로는 감내하기 어렵다. 매달 대출금에 대한 이자만 내는 것이 아니라 1년 거치기간이 끝나면 원금도 일정비율로 나눠 내야하기 때문에 자금부담이 적지 않다는 소리다.

여기다가 주택시장의 여건도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아파트 공급 과잉에 따른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고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임박한데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국 경제 여건은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이런 국면에서 아파트 분양시장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겠는가.

실제로 시장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올해 1월 24건의 아파트가 분양됐고 이중 13건은 1순위에서 미달돼 차 순위에서 수요자를 채웠다. 2월에는 총 20건의 분양 현장 가운데 무려 17건이 차 순위에서 임자를 찾는 형국이 벌어졌다. 1,2월 분양분 가운데 지금까지 팔리지 않은 물량이 적지 않을 듯 싶다.국토교통부가 미분양 관리지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을 이를 방증해주는 대목이다.

앞으로 불어닥칠 공급 과잉의 여파의 강도 또한 변수다.

지난해와 지지난해 2년간 공급된 총 주택물량은 다가구의 개별 주택을 포함해 170만 가구가 넘고, 이중 아파트만도 100만 가구를 웃돈다.

평상시 연간 전체 주택 적정 공급량 40만~50만 가구에 비해 엄청 초과한 수치다.

공사기간이 짧은 다세대·다가구주택은 많은 물량이 완공돼 과잉 공급의 후유증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잘 팔리던 신규 빌라의 분양률은 뚝 떨어졌고 곳곳에 세입자를 못 구해 빈집으로 남아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는 아직 공사 중인 게 많아 이들 물량이 준공될 경우 시장에 악 영향을 미칠게 확실하다.

일시에 많은 입주 아파트가 쏟아지면 전셋값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기존에 살던 집의 거래가 잘 안돼 분양받은 새집으로 이사를 못 가는 사태가 벌어진다. 다 그렇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그런 처지의 수요가 적지 않을 게다.

안정을 이루고 있는 시장에 느닷없이 수많은 입주물량이 출하되면 집값도 떨어질게 뻔하다.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집값과 전셋값이 하락하면 박수를 칠 일이나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그렇게 좋아할 일이 아닌 듯 싶다.

집값이 하락하면 이로 인해 벌어지는 부정적 파장도 많아서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 경험했던 집값 폭락에 따른 ‘하우스 푸어’양산과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 처분되는 주택이 속출할지 모른다.

이런 상황이 심해지면 국가 경제도 좋을 리가 없어 결국 서민의 삶도 고달파진다는 얘기다.

여느 상품이 그렇듯 주택도 경기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공급돼야 부작용이 적게 생긴다. 시장론자들은 시장에 맡겨놓으면 저절로 수급 조절이 이뤄진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이로 인한 아픔도 감내해야 한다. 희생에 비해 얻는 것은 많지 않다.

민간 기업은 공급 상황에 관계없이 어떻게 하든 주택사업을 벌여야 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쪼그라든다.

공급 과잉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분양 물량이 줄지 않는 배경에는 이런 연유가 깔려있다.

지난해 정부는 수급조절 기회를 놓쳤으나 앞으로는 그런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물량을 대폭 늘렸다가 미분양이 속출하면 기업은 또 정부한테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 게다.

이제는 부동산을 경기 조절용 카드로 쓰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을 죽였다 살렸다를 반복하는 롤러코스트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조금씩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주택시장을 만들어야 우리 미래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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