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어려워졌다

입력 2017-03-08 09:23 수정 2017-03-0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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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적신호가 켜졌다. 삼성생명이 애초 제출한 금융지주사 계획안이 금융위원회에 의해 거절된 것이 공개되면서 ‘플랜B’를 제시해야 하는데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경영 공백까지 생겨 금융지주사 전환이 크게 늦춰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삼성 측이 작년 초 금융위원회에 가져온 금융지주사 계획에서 쟁점이 되는 사안은 크게 세 가지이다. 우선 보험사인 삼성생명 분할의 법적 근거이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투자부문(지주사)과 사업자회사로 분할해야 한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보험사의 이익은 사업을 통한 것이 아니라 보험가입자들의 돈”이라며 “과연 보험사의 자본을 분할하는 것이 적법한가”라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을 지주사와 사업자회사와 분할하면 주식맞교환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지분율이 40% 수준까지 확대된다. 지난해 말 기준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20.76%이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오너 지배력 강화에 이용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삼성생명을 분할한 뒤 사업 자회사의 현금자산을 지주사로 넘기는 문제이다. 삼성 측은 삼성생명 사업자회사의 현금자산 일부를 지주사로 가져갈 수 있다고 해석했다.

금융지주사는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30% 이상(비상장사 50%) 소유함과 동시에 최대주주가 되어야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자산운용, 삼성카드, 삼성증권 지분은 확보했지만 삼성화재 지분율은 아직 15%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계열사 지분 확보 차원에서 현금자산을 지주사로 옮기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라며 “삼성이 가져온 계획은 보험법상에 저촉되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기간이다. 이는 삼성생명 유배당보험 가입자에게 삼성전자 지분 매각 차익을 얼마나 배당하느냐와 관련이 있다.

삼성 측은 2009년 생긴 금융지주사법의 특례조항에 따라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신청 후 사업재편 기간 5년, 그리고 유예 기간 2년을 더해 총 7년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보험업법상 최대 2년을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른 조항에 따르면 보험사는 2년 내라고 명시되어 있다”며 “삼성 측은 유권해석을 원했지만 두 조항이 중복 적용되므로 삼성생명은 2년 내에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7년에 걸쳐 서서히 매각하면 유배당보험 계약자에 대한 배당 규모를 최대 2조 원까지 줄일 수 있다. 즉 보험계약자는 손해를, 삼성은 이익을 보는 구조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초안은 처음부터 법적인 문제가 많았다”며 “재검토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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