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양성평등 위해선 개헌 추진…성평등 관점 헌법에 담아 내야"

입력 2017-03-0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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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적 헌법 개정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 개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사회 속에 존재하는 성불평등을 해소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무엇보다 헌법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시각이 강하다. 사회의 기본 틀인 헌법에서부터 성평등 관점을 담아내야 실질적 성평등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국내외 여성정책 관련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성정책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8일 오후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성인지적 헌법 개정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프랑스, 튀니지, 핀란드의 양성평등과 여성인권 관련 헌법 조항들을 살펴보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헌 논의에 있어 향후 발전 방향과 시사점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지난 1987년 9차 개헌 이후, 지속적으로 개헌 논의가 진행돼 왔다”면서 “최근 20대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하면서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헌법 내의 양성평등 조항은 경제, 사회, 가족 영역에서 개별적 조항을 통해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데, 실질적 양성평등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닌 여성을 평등과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형식적 평등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성을 지니고 있다는게 이 원장의 판단이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박선영 선임연구위원은 현행헌법의 성평등 관련 조항의 구조와 한계를 지적하고 외국의 성평등 관련 조항 등을 소개하면서 현행헌법의 성평등 관련 조항의 개정방향을 제언했다. 박 연구위원은 현행 헌법의 성평등 관련 조항이 갖는 문제점에 대해 “성평등이 일반적 평등권 속에 포함돼 차별금지에 그치고 있어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여성을 수동적 약자로 위치 짓고, 이들에게 편익과 배려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온정주의적 모델이 강하게 전제돼있는데, 이를 극복해야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성평등을 국가목표규정으로 명확하게 명시해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위한 근거조항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현행헌법에는 평등과 관련해 제1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로 명시돼있다. 여기에 제2항을 신설해 ‘국가는 남녀의 실질적 평등을 촉진하고 불평등 제거를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가진다’라는 내용을 담자는 것이 박 연구위원의 제언이다.

해외사례를 통해 개헌의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성평등국가로 알려진 북유럽의 핀란드 경우 1906년 유럽 최초로 여성의 참정권을 도입했고,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1906년 최초 여성국회의원이 출마, 19명(국회 총 200석)이 선출됐다. 핀란드 헌법의 경우 1987년부터 두 차례 개정됐고, 1995년 40% 할당제가 도입되면서 어떤 분야든 한 성(性)이 40%는 돼야 한다고 정해놨다. 멜리사 사일라 주한 핀란드 대사관 공관차석은 “핀란드는 남성과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 성차별은 법적으로 금지돼있다”면서 “양성의 평등은 사회적 활동과 직장에서도 추구되며 특히 임금과 근로조건을 형성하는데 동등하도록 기타법으로 재정해야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경우 1999년 헌법 개정을 통해 선출직에 있어서 남녀동수조항을 명시했다. 튀니지는 2014년 개헌을 통해 여성폭력 근절 조항을 헌법에 포함시켰다. 달렌다 라르게시 튀니지 여성정보문서연구원 원장은 “현재 도입되고 있는 여성대상 폭력근절법은 성 기반 폭력에 반대하는 평등주의적 법안”이라면서 “예방, 보호, 법률 집행의 세가지 구성요소를 통해 여성을 차별로부터 보호하는 메커니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자로 참석한 정계선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재판이 점점 어렵고 기존에 배웠던 법리로 해결할 수 없는게 많이 있다”면서 “튀니지나 프랑스에서는 구체적인 영역에서 성평등을 요구하는 조항들이 있다. 우리 헌법도 구체화하는 조항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연구위원은 “헌법에 성평등 조항을 어떻게 변화발전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법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여성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헌법개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이주영 의원과 남인순 의원, 정춘숙 의원, 모하메드 알리 나프티 주한 튀니지 대사, 김선화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장명선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젠더법학연구소 교수, 클로드 간자 주한 르완다 대사관 대리대사·참사관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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