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재점화] “제왕적 대통령제 바꾸자”… 속 뜻은 ‘文 대세론’ 흔들기

입력 2017-03-0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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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민주당 전 비대위원장 탈당 계기로 非朴·非文 개헌연대 가시권… 여야3당 셈법 달라 조율 쉽지 않을 듯

▲정의화 전 국회의장(오른쪽)과 바른정당 김무성의원(왼쪽),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회동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화 전 국회의장(오른쪽)과 바른정당 김무성의원(왼쪽),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회동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임박하면서 ‘대선 전 개헌론’이 다시 불붙었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를 기회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탈당을 결정하면서 비문(비문재인) 진영을 중심으로 한 ‘개헌연대’가 가시권에 들어온 모습이다. 개헌에 소극적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향후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해 개헌 불씨 살리기에 나선 이들 3당은 ‘분권형 대통령제’와 ‘대선 전 개헌’을 골자로 한 단일 헌법 개정안 마련에 공감대를 이루고 3월 국회에서 개정안을 발의하는 데 화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여야 서로 다른 해법 = 여당인 자유한국당은 ‘분권형 대통령제’와 ‘대선 전 개헌’을 사실상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를 통해 개헌세력의 단일화를 꾀하는 동시에 정국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게 한국당의 전략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2일 “3월 임시국회가 대선 전 개헌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대선 전 개헌’ 공론화를 예고했다.

바른정당도 지난달 말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또 다음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하고, 대선 전에 개헌을 추진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권력구조 외에 다른 개헌 사항들은 당 개헌특위 위원들에게 위임하고 최종 개헌안은 개헌특위의 논의와 당 내외 의견수렴을 통해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선 전 개헌 추진에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지지율 상위권을 독점한 상황을 개헌을 고리로 흔들어보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여기에 국민의당의 경우 대통령의 임기를 명기하지 않은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고는 있지만 역시 개헌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황이어서 개헌과 관련해서는 여야 3당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은 분권형 대통령제와 대선 전 개헌을 한다는 데 큰 틀에서 합의하고 민주당 개헌파들의 안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개헌작업 진척 상황과 관련해 “한국당을 비롯한 3당과 민주당 내 개헌파는 이미 대선 전 개헌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고 단일 개헌안 마련 작업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차기 대통령 임기에 대해서도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맞춰 3년으로 줄이되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은 개헌의 당위성은 인정하되 대선 전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는 개헌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도 헌재 탄핵심판 이후에 논의하자고 미루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을 대선주자들에게 요청하기로 한 상황이다. 또 대선주자들에게 개헌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도 요구할 계획이어서 당내 개헌에 대한 입장 정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개헌연대 가시화… ‘대선 전 개헌’은 미지수 = 개헌을 주장해 온 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의 탈당을 계기로 여야 정치권의 개헌연대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이 합의한 단일 개헌안이 마련된데다, 김 전 대표를 포함한 정치권의 빅텐트론자들이 개헌을 고리로 비박(비박근혜)·비문(비문재인) 세력을 최대한 규합해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허물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어 더욱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헌법적 구조 하에서는 패권주의 청산이 어렵고 정권 말 대통령의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선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 분권형 개헌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김 전 대표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차기 대통령은 임기를 3년으로 줄여 2020년 총선 때 대선도 함께 치러 분권형 국가로 가자는 개헌을 고리로 세력 모으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일단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김 전 대표와 연대에 긍정적이다. 정우택 대표는 “김 전 대표와 정치적 궤를 같이하는 것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적극 지지하고 대선 전 개헌까지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는 부분”이라고 했고 국민의당 조배숙 정책의의장은 김 전 대표를 향해 “개헌과 정권교체와 경제민주화와 국가 대개혁을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달라”고 제안했다.

문 전 대표의 ‘대선 전 개헌 반대론’에 각을 세웠던 민주당 개헌파들도 김 전 대표의 탈당을 계기로 개헌에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개헌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소속인 이종걸 의원은 현재 당내 개헌파들의 입장 정리를 위한 자체 개헌안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에 개헌을 촉구하는 동시에 모임 안에서 단일한 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초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 3당이 추진 중인 대선 전 개헌은 실제 성사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당은 세부 내용이 조율돼 단일안이 마련되면 가급적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전에 발의한다는 게 목표지만, 민주당 개헌파들의 논의 참여를 앞당기기에는 현실적으로 버거워 보인다. 더욱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모두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고 있어 각 당에서 단일화된 개헌안을 확정할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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