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재점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 국민이 논의의 중심에 서야”

입력 2017-03-0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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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해법’ 전문가 의견은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개헌의 필요성은 여야 의원 중 다수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개헌이 시대적 요구이자 과제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방법과 시기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개헌의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국회 개헌특위 법제화…권력균형에 초점”

“1987년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는 특위의 구성과 권한, 활동을 확정하고 개헌안을 만들었다. 이런 방법은 지금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9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개헌이 필요하다면 산발적 논의만 할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법제화해 강제하고, 여야가 합의를 통해 위원을 선출한 후 일정한 기간을 정해 개헌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차례 공청회를 열어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개헌안을 확정하면, 이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국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한 후 헌법이 정한 개헌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18대 국회부터 개헌을 위해 국회의장 산하에 한시적으로 특별 기구를 설치해 개헌연구를 했고, 개헌안도 제시했지만, 연구 결과물 발표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현재 20대 국회 역시 개헌특위를 설치해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는 행정부에 대해서도 개헌에 관한 의견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탄핵정국에서 각 정당이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각자의 이익을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에 개헌을 위한 현실적 해법은 없다”며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개헌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공약은 글자 그대로 단지 공약에 불과하고 개헌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김 교수는 “개헌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민이 개헌에 대한 열망과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현행 헌법이 갖고 있는 문제가 많은 만큼, 개헌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생각과 의지가 정치권을 압박해야 개헌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정부 형태는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이원정부제 어느 것이든 우리 현실에서 권력 상호간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형태라면 관계가 없다. 그는“입법권은 국회와 지방의회에 분산하고, 행정권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분산하며 사법권은 헌법재판소를 정점으로 해 전문법원을 구축하는 형태로 보다 체계화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개헌론 급부상, 선동적 선거 전략”

개헌론의 부상을 필연이라고 해석하는 시선과 달리, 이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선거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명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권 개헌 바람을‘선동·선정적인 선거 전략’으로 분석했다.

노 교수는 먼저 “대선 전 개헌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그럼에도 개헌론이 급부상한 이유는 ‘최순실 국정농단’의 주원인을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갖는 폐단 때문이라고 단정하고, 이를 부각시켜 (현 체제를) 뒤엎고 새로운 틀을 짜자는 식의 선동 선정적인 선거 전략적 측면이 강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헌법 자체만 놓고 볼 때 부분적으로 고쳐야 할 것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정부형태를 대통령제나 이원정부제 또는 의원내각제로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면서“대통령제를 존치하더라도 대통령의 임기나 중임제한조항의 폐지 등에 관한 주권자인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이어 “대통령제와 부통령제 또는 국무총리제도의 존폐 문제, 그밖에 시대 환경 변화에 순응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헌법기관 설립이나 새로운 복지, 인권조항의 신설 등의 문제, 책임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수행을 위한 사무 내용의 주체, 기타 비용과 책임소재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국민 참여재판 등에 관한 사법의 민주화를 위한 헌법적 근거 마련 등 국민적 수요가 많은 부분에 대한 헌법적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개헌 헌법의 핵심 방향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화. 지방분권화, 복지·인권, 국제화·세계평화에 관한 주장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의‘개헌 부동자세’는 대선 이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 교수는 “민주당 내에 50여명에 달하는 비주류 의원들의 개헌 주장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라며“대선 이후 다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이전에 개헌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개헌의 구체적인 실현은 현직 대통령이 자리를 ‘내놓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 없으면 사실상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개헌, 부분개정이나 일부개정으로”

“개헌과정에서 국민이 주권자적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 방식이 반드시 ‘부분 개정’ 내지‘일부 개정’형식을 가져야 한다.”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황도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헌사항이 여러 개이고 시간과 비용의 관점에서 그것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에도 헌법 개정 제안권자들은 전문개정안이 아니라, 복수의 부분개정안을 만들어서 제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용이 논리적으로 서로 연계된 사항끼리 따로 묶어서 각각 독립된 부분 개정안을 만들어서 여러 개의 헌법개정안을 동시에 제안하자는 것이다. 황 교수는“국회는 헌법개정안에 대해 개별적으로 의결할 수 있고, 국민은 개헌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할 때 자신들이 원하는 헌법개정안에만 찬성하고, 반대하는 개정안에는 반대할 기회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분 개정을 주장했다. 전문 개정을 하게 되면 다양한 복수의 헌법 개정 사항들을 일시에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국민에게 헌법 개정에 관한 주권자적 결정권을 무시하는 방식이라는 이유에서다. 황 교수는 “국민은 국민투표과정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개정사항에 대해서도‘울며겨자 먹기’로 찬성하게 된다”며“자신이 원하는 개헌사항이 일부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부분을 거부하기 위해 개헌안 전부를 반대해야 한다”고 부분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예를 들어, 정부형태 개헌안은 반대하고, 사법개혁 개헌안은 찬성하고, 국민소환 개헌안은 찬성하고, 국민발안 개헌안은 반대하는 등 개개 개헌안에 대해 개별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또 “전문개정 방식은 부분개정이 많이 이루어져서 나중에 헌법 조문 번호가 복잡해졌을 때, 그 조문 번호를 정리하기 위하여 행해지는 형식적 개헌 방식 정도로 이해함이 타당하다”며 “앞으로의 개헌절차는 부분개헌 방식으로 이루어져서 국민이 주권자로서 주체적 결정을 할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김욱 서남대 교수 “촛불 민주주의, 헌법이라는 문서로 쟁취해야”

최근 ‘개헌전쟁’이란 책을 통해 현 정국을 진단한 서남대 김욱 교수는 개헌론에 앞서‘촛불’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촛불시위를 민주주의 항쟁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4·19혁명, 6·10항쟁, 명예혁명, 미국독립전쟁,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의 끝이 어떠했느냐”며 “촛불이 민주주의를 위한 항쟁이라면 그 귀결이 헌법이라는 문서로 쟁취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행 헌법을‘영남 패권주의’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1987년 이후 지금까지 30년 동안 비(非)영남출신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단 한 명뿐이었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영원히 영남 출신 대통령이 90% 정도 될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구체적인 개헌 방향으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37.5%의 정당득표율로 51.2%의 의석점유율을 얻었고, 2016년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이 25.5%의 정당득표율로 41%의 의석점유율을 차지했다”며“이런 식으로 끝없이 반복되는 비민주적인 선거제도를 바꾸고, 그 토대 위에 정부를 세우는 것이 개헌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당지지율과 의석점유율의 ‘비례성’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패권적 권력의 지배를 막을 수 없다”며“우리는 이제 소수자도 자기 권리를 합당하게 주장할 수 있고, 경제적 분배를 위해 권력을 분립시키는‘분권과 협치’의 시대가 왔음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개헌으로 이어지겠느냐’는 질문에는 “(헌법) 전문과 본문 개헌이 어렵다면 ‘정당지지율과 의석점유율의 비례성을 보장하 는 선거제도 및 내각제(혹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위한 시기를 못 박는 부칙개헌이라도 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개헌 부동자세’가 풀리지 않더라도 당내 개헌파가 소신껏 행동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구체적인 개헌 방법으로는 “본문개헌이든 부칙개헌이든, 일단 과반수로 개헌안을 발의해 놓고, 대선 전에 국회 의결한 뒤, 대선과 함께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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