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누가 트로피 판매 가수에 돌을 던지나!

입력 2017-03-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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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시상식 권위를 무시하는 돌발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 음악의 척박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용기 있는 퍼포먼스라는 찬사도 나왔다. “음악인의 아우라와 트로피의 명예가 월세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여 표현으로 승화할 때 예술과 생활은 하나가 될 수 있고, 음악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에서 걸어가리라는 것을 보여준 행동”이라는 대중음악 평론가 김작가 같은 전문가의 분석도 뒤따랐다.

다양한 반응의 유발자는 2월 28일 열린 제14회 한국 대중음악상에서 ‘신의 놀이’로 최우수 포크 노래 상을 받은 가수 이랑(31)이다. 이랑은 “친구가 돈과 명예와 재미 세 가지 중 두 가지 이상 충족되지 않으면 하지 말라고 했다. 오늘 시상식은 두 가지 이상 충족이 안 된다. 상을 받아 명예는 충족됐는데 재미는 없고 상금을 안 줘서 돈이 충족되지 않는다. 1월 수입이 42만 원이더라. 2월은 96만 원이었다. 어렵게 생활하고 있으니 트로피를 팔아야 할 것 같다. 월세가 50만 원이라 50만 원부터 경매하겠다”라는 도발적 수상 소감을 밝혔다. 트로피는 50만 원에 응찰한 한 관객에게 낙찰됐다.

트로피 경매로 받은 50만 원을 흔들며 퇴장하는 이랑의 모습은 요즘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시즌 6’에 출연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참가자로 시선을 향하게 한다. 개성을 살리고 많은 돈을 벌며 화려한 조명을 받는 스타가 되겠다며 많게는 200만 명 적게는 수만 명이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연예인 지망생 공화국의 열기는 상상초월이다. “우리에겐 아이돌도 필요하지만, 과학자가 더 필요합니다”라는 공익 광고까지 등장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 등 대중매체가 연예인 지망생 공화국을 조장했다. 대중매체는 한국 음악 현실은 외면한 채 가수의 행사 출연료가 5000만 원에 달하고 CF 한 편 출연료로 10억~20억 원을 받는다며 스타들의 엄청난 수입 현시(顯示)에만 열을 올린다. 비, 지드래곤 등 일부 스타 가수의 수백억 원대 빌딩과 슈퍼카를 보여주며 가수를 화려한 생활의 아이콘으로 각인시키는 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대중매체의 보도와 달리 가수들의 현실은 척박하기만 하다. 자신의 음악 세계를 고수하며 인디 음악계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뿐만 아니라 대중의 환호를 받는 연예기획사 소속 가수들의 생활 역시 어렵다. 청년 유니온이 2012년 인디 음악가 221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디 음악가의 월평균 수입은 69만 원으로 나타났다. 최저 생계비(2012년 55만3354원)에도 미치지 못한 월 소득 50만 원 이하 음악가도 38%나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5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가수 월평균 소득이 78만 원에 불과했다.

월세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 달 수입 앞에 화려한 스타의 꿈도, 음악을 향한 열정과 자부심도, 뮤지션의 아우라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위해 가난은 감수해야 한다는 결연한 다짐도 계속되는 생활고 앞에선 헛된 맹세가 된다. 생계 문제로 자신의 존재 기반이자 전부인 음악을 포기하는 뮤지션이 속출하고 있다.

인디 음악계에서 촉망받던 1인 밴드 ‘달빛요정 역전 만루홈런’ 이진원이 2010년 생활고를 겪다 뇌경색으로 37세의 젊은 나이에 숨을 거뒀다. 이후 정부나 각종 단체에선 호들갑스럽게 뮤지션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대책들을 쏟아냈다.

이진원이 세상을 떠난 지 7년, 음악인의 곤궁한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인데 수상 트로피를 시상식에서 판매한 이랑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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