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장 내정자 선정이 무산되면서 후보의 재공모가 결정됐다. 행장추천위원회의 논의과정에서 정부 측 인사가 ‘퇴짜’를 놓은 것으로 알려지며 ‘낙하산’ 인사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9일 수협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수협은행 행추위는 은행장 공모에 지원한 4명 중 후보자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지만, 선정하지 못했다.
공모에는 수협 내부 출신인 강명석 상임감사와 김효상 전 외환은행 여신본부장 등 민간은행 출신 2명과 비금융권 인사 1명이 지원했다. 이 중 정부 측 인사로 분류되는 이는 없었다. 이원태 현 수협은행장도 지원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수협 내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내부 인사가 행장에 오르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강신숙 수협중앙회 상임이사가 전날 사퇴하며 내부 측 지원자가 1명으로 줄어든 점도 힘을 더했다.
하지만 전날 행추위에서 의견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이상기류가 흘렀다. 결국 이날 열린 추가 행추위 회의에서도 후보자 선정에는 실패했다. 위원 중 4명의 찬성이 있어야 했지만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행추위는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정부 측 추천인물은 송재정 전 한국은행 감사, 임광희 전 해양수산부 국장, 연태훈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이다. 수협 측은 박영일 전 수협중앙회 경제사업 대표, 최판호 전 신한은행 지점장을 추천했다.
수협 측 위원은 내부 인사 중 유일한 지원자인 강 감사를 내세웠지만, 정부 측 위원들은 추가적으로 후보자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협 역사상 첫 내부 행장 탄생이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신경분리(금융부분인 신용산업과 유통 등 경제사업 분리) 이후 첫 행장 탄생이라는 점에서 내부 출신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정부 측 위원 3명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사실상 행장에 오르기 힘든 까닭이다.
여기에 정부의 보은성 인사가 잦았던 만큼 정부 측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현재 이 행장을 비롯해 역대 행장 대부분이 기획재정부나 예금보험공사 출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강 상임이사가 사퇴까지 하면서 내부 인사를 밀어줬는데 아쉽다”면서 “정부 측에 힘을 더 싣기 위한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추가 공모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행장 공모기간까지 고려한다면 이달 주주총회를 넘겨 임시 주총을 통해서 행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