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통계치를 들여다보면 한미 FTA가 현재까지 한국 측에 상당한 무역수지 흑자를 안겨주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1년 대미 수출이 562억 달러, 수입은 446억 달러로 무역흑자가 116억 달러를 기록한 데 반해 2016년은 대미 수출 665억 달러, 대미 수입 432억 달러로 무역흑자가 232억 달러로 배 이상 크게 늘었다. 반면 서비스 수지는 2011년 마이너스 110억 달러에서 2016년 마이너스 141억 달러로 28% 늘어나는 데 그쳐 전체적으로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볼 만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품목별로 보더라도 면세가 적용되는 수혜 품목의 경우 수출이 평균 5.1% 증가한 반면 면세가 적용되지 않는 비수혜 품목까지도 2.3% 정도 수출이 증가해 전체적으로 한미 FTA는 분명히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하면 안 될 부분은 지난 5년간은 미국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회복되는 국면이었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의 규모를 감안한다면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 국면에는 수요 확대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보고서가 바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작년 6월 말에 발표한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한미 FTA가 미국 경제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즉 보고서에 의하면 사실상 한미 FTA로 인해 미국 무역수지 적자폭은 오히려 158억 달러 정도 축소되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5년 말 미국의 대한 무역 적자폭이 283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한미 FTA가 없었더라면 이 적자폭이 430억 달러에 달했을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결론인 셈이다.
이 보고서가 오바마 정부하에서 작성된 것이라면 반면에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발표된 가장 최근의 보고서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월 1일 발표한 2016년 연차 보고서(Annual Report)이다. 이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에 관한 인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이 WTO에 가입하기 직전인 2000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3170억 달러였던 반면, 2016년에는 6480억 달러로 100% 증가하였다. 특히 중국과의 교역에서는 적자폭이 300% 확대되었고 미국의 중위가정 소득은 오히려 16년 전에 비해 약간 줄어들고 있음을 지적한다.
2000년에는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가 1700만 개였던 반면 2016년에는 1200만 개로 줄어들고 있음을 적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보고서는 2017년도 미 행정부의 통상정책 초점을 ‘더 자유로울(Freer) 뿐 아니라 더 공정한(Fairer) 무역’ 관행을 확립하는 것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특히 네 가지 절차를 강조하고 있다.
첫째, WTO상 보장된 분쟁 해결 양해각서(DSU)를 적극 활용, WTO에 구애됨이 없이 통상정책을 펴나가겠다고 천명함과 동시에 둘째, 반덤핑 및 상계관세 등에 대처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적시하고 있다. 셋째, 상대 국가가 자유시장 원칙을 위반하거나 혹은 투명하지 못한 절차를 통해 시장 개방을 하지 않는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응징하며, 마지막으로 각국과 맺은 FTA들을 빠짐없이 재개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예시한 경우가 NAFTA와 한미 FTA이다. 거센 파고가 다가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