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O를 만나다] 1>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기술=돈’ 30년 연구인생 경영으로 풀어… ‘철강 名家’ 재건

입력 2017-03-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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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한다는 생각 버려라 車 회사와 강판 연구”연구원 신분으로 임원진에 쓴소리사령탑 3년간 부채비율 대폭 낮추며 경영능력 인정 10일 연임 확정

“자동차 강판을 만들어 고객에게 납품한다는 인식을 뜯어 고치세요. 자동차 회사와 처음부터 얼마나 단단해야 하는지, 휘어짐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등을 같이 연구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2000년 포스코 임원실. 기술연구실장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당시 자동차 강판은 글로벌 철강업계에서도 알짜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하지만 개발이 까다로운 데다, 인증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경영진이 공략 포인트를 못 잡고 헤매는 사이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연 판매량은 100만 톤 아래로 떨어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임원들은 순수 연구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사업 방향성을 원점에서 다시 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의 말처럼 제품 공동개발(EVI) 프로세스를 확립하자마자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그리고 17년 후, 포스코는 이제 전 세계 물량의 10%를 책임지는 명실공히 ‘자동차 강판의 명가’로 우뚝 섰다.

당시 임원진들에게 뼈아픈 지적을 아끼지 않았던 그 순수 연구원이 바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다.

◇기술 제일주의로 글로벌 철강 시장 선점= 권 회장은 포스코의 연구·개발(R&D) 기반을 확고하게 다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포스코가 가진 독점 기술도 대부분 그가 개발했다.

그가 철강인의 꿈을 꾼 건 10대부터다.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이 수립된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철강은 ‘산업의 쌀’로 불릴 정도로 나라 경제의 근간이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의 고향인 피스버그에서 유학을 한 뒤 권 회장은 1986년 포스코에 입사했다.

그가 처음 맡은 업무는 산업과학기술연구소(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설립이었다. 유학 시절 미국 철강산업의 본원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 그는 실용화할 수 없는 기술에 대해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기술’이 ‘돈’으로 연결될 방법을 찾아냈다.

그의 이 같은 기술 제일주의는 향후 그의 경영 철학에 밑거름이 됐다. 권 회장이 RIST 원장으로 근무할 때 일이다. 산업 부산물에서 스테인리스스틸 제작에 필요한 니켈을 뽑아낼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연구원들은 수소 환원 침출법이란 신기술을 활용하면 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렸다. 이를 받아 본 권 회장은 “리모나이트를 연구해 보라”고 다시 주문했다. 당시 리모나이트는 니켈 함유량이 SNNC(포스코 계열사)에서도 버려지는 저급 광물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스테인리스 스틸 생산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니켈을 뽑아 낼 새로운 방법을 넘어 돈이 될 만한 새로운 활용법을 고민한 권 회장의 혜안이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포스코 재구무조 대폭 개선… 경영 능력까지 입증= 하지만 기술에 대한 집념은 권 회장이 수장에 오르는 데 되레 걸림돌이 됐다. 2014년 포스코 회장 경선 당시, 그에게는 ‘아웃사이더’란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비(非)공채 출신인 데다 순수 연구원으로만 30년 가까이 일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책상에만 앉아 있던 사람이 경영에 대해 뭘 알겠어?”란 의구심을 거두지 못했다.

3년. 권 회장이 사람들 우려가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입증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그는 수장직에 오른 뒤 지난 3년간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130건에 가까운 계열사·자산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88.2%에서 74%로 낮아지는 등 재무 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

그의 경영 능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최근 포스코(35위)는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하는 ‘2017 글로벌 지속가능 경영 100대 기업’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5단계 오른 35위로써 국내 기업 중 가장 높다. 지난해 15만 원까지 밀려났던 주가도 최근 28만 원까지 올라왔다.

탁월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권 회장은, 지난 10일 연임이 확정됐다. 그가 꾸려갈 ‘권오준 호(號) 2기’의 키워드는 신사업 육성이다. 특히 리튬전지와 전극소재, 자동차·항공용 경량소재, 신재생 에너지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양극재 사업에 3000억 원을 추가 투자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권 회장은 “국내 산업 전반에 걸친 저성장 기조와 원자재 가격 부담,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등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전망되지만, 철강 수익력을 공고히 하고 구조조정을 완성함과 동시에 미래 성장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권오준 회장 프로필>>

△경북 영주 출생(1950년) △서울사대부고 졸업(1968년)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1972년)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1975년) △캐나다 윈저대 대학원 졸업(1980년) △미국 피츠버그대 금속학 박사 취득(1985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입사(1986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실장(1996) △포항산업과학연구원 EU 사무소장(1986년) △포스코 유럽사무소장(2003년) △포스코 기술연구소장(2007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원장(2009년) △포스코 기술총괄 사장(2012년)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2014년)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 연임(2017년 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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