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헌정 사상 첫 ‘파면 대통령’이라는 오명 속에 삼성동 사저로 돌아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실상의 불복 선언을 해 파장이 예고된다.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면서도 “진실은 밝혀진다”며 법적 투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 4당은 일제히 유감을 밝히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탄핵 국면에서 조기 대선 정국으로 전환되며 안정이 기대됐던 정국은 또 다시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헌재의 파면 결정 이후 이틀 만인 12일 저녁 청와대 관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갔다. 지난 2013년 2월 25일 취임을 위해 떠나온 지 4년 15일, 1476일 만의 귀가다. 박 전 대통령은 첫 여성 대통령이자 부녀 대통령으로 당선돼 정계 입문 15년 만에 권력 최정점에 올랐으나 임기 중 세월호 참사, 메르스 파동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집권 4년 차 최악의 측근 비리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헌정 70년 사상 처음으로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으며 중도 하차하게 됐다.
당초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퇴거 시점은 삼성동 사저 정비 작업 때문에 13일 오전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버티기’ 지적이 제기되자 사저 복귀를 서두르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를 빨리 떠나라”라는 여론의 요구에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긴 했지만 한국당 민경욱 의원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입장을 남겼다. 사실상 탄핵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속내를 드러내며 향후 기나 긴 법적 투쟁을 예고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은 당분간 사저에서 칩거하며 검찰 수사 등에 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삼성동 사저를 진지로 해서 끝까지 농성하고 투쟁하고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할 의사가 없다는 의미”라며 “지지층의 결집과 궐기를 촉구하는 걸로밖에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은 채 강력한 법적 투쟁 의지를 내비치면서 통합과 치유가 아닌 탄핵 판결 이전 못지않은 갈등과 분열이 예고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불복 시사에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앞으로 있을 형사재판을 대비하는 치사한 모습이 언짢다”고 일갈했다.
보수정당인 바른정당도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승복의 메시지 없이 끝끝내 분열의 역사를 봉합하지 못한 채 떠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결과를 엄숙하게 받아들이고 정치권은 조속한 국정 안정과 국민통합의 지혜를 모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