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초순 정상회담을 갖는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는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동북아시아의 불안을 완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1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드의 한국 배치와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최고조에 달한 한중 간 사드 갈등이 봉합될 것인지 주목된다.
양국 정상회담 소식을 최초로 보도한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자신 소유 휴양지인 플로리다 주 마라라고 리조트로 초청했다며 회담이 오는 4월 6~7일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두 정상의 회동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18~19일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를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 사드 배치에 대한 이해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번 회담의 목적은 북한 문제와 더불어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따른 긴장을 진정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은 사드 배치를 자국의 핵 억지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보고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온 만큼 시 주석이 미국의 시도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미지수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중국 방문에 앞서 일본과 한국을 먼저 찾아 동북아 현안을 두루 살피면서 해법을 모색할 전망이다. 사실상 그가 중국 방문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도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경제적 피해가 갈수록 커지면서 양국의 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아울러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요 2개국(G2, 미국·중국)이 무역전쟁에 대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중국에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환율조작의 ‘그랜드 챔피언’이라고 부르면서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중국 상무부의 한 관리는 “무역이 이번 회담에서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며 “중국은 최고지도부 주요 인사의 교체가 이뤄지는 올가을 ‘공산당 전국대회(제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미국과 더욱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시진핑은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이어 마라라고 리조트를 찾는 두 번째 정상이 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측이 지난달 아베 총리의 마라라고 방문 이후 이 곳에서의 정상회담 개최에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최대한 부드럽고 유화적인 분위기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