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비리' 산업은행 책임놓고 법정 신경전 팽팽

입력 2017-03-1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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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주주일 뿐" vs "감사하고도 비리 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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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72) 전 산업은행장의 공판에서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감시하고 관리할 책임이 있는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 1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 전 행장에 대한 7차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날 "산업은행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가지는데 의무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장은 대우조선해양 대표를 임명하고 해임할 권리, 이사회를 결의하고 사전에 협의할 권리, 성과급 지급 결정 권한 등이 있는데, 이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는 논리다. 검찰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재산을 성실하게 보존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강 전 행장의 변호인은 "업무협약(MOU)에 따라 감사가 아닌 경영컨설팅만 진행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잘못을 찾아 바로잡을 권한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또 감사팀이 대우조선해양의 방만경영 관련 의혹에 관해 조사했더라도 언론을 통해 거론된 사실을 수집하는 정도에 그쳤고, 감사 권한이 없어서 국감 이전에는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논의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증인으로 나선 이모 씨는 "감사를 하려고 하니 대우조선해양의 반발이 있었다"고 밝혔다. 2011년 7월 인사발령으로 산업은행 검사부 감사팀 소속이 된 이 씨는 현재 재무기획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씨는 201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질타로 강 전 행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감사를 약속한 뒤 비슷한 형식의 경영컨설팅을 했지만, 실제 감사처럼 징계를 하거나 책임소재를 물을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1대 주주인 산은이 감사를 통해 회사 내부정보를 수집할 경우 다른 주주가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씨는 감사를 맡아야 할 검사부 감사팀이 경영컨설팅을 하는 것에 대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에 따르면 이 씨가 속한 부서는 사실상의 감사를 한 뒤, 강 전 행장으로부터 '엑설런트(excellent)! 수고했습니다. 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검찰의 이날 주장은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이 조사 중인 서별관회의 수사방향과도 맥을 같이 한다.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를 1년 가까이 이어온 검찰은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공적자금 투입이 정당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 작업만 남겨두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산은이 어떻게 관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홍기택(65) 전 산업은행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한 바 있다. 홍 전 행장은 2013년 4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산업은행장을 지냈다.

한편 옥색 수의를 입고 출석한 강 전 행장은 자신의 변호인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상당 시간에 걸쳐 메모를 남기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에 투자하도록 한 것 역시 강요가 아니라 '권유'였다는 게 강 전 행장 측 주장이다.

다음 기일은 오는 2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강 전 행장은 대우조선해양에 압력을 넣어 지인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거액의 투자를 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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