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상승랠리를 보이고 있지만 시총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지난 1년간 덩치가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반도체 호황으로 두 기업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데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얘기다.
또한 특정 기업으로의 시장 쏠림도 가파르게 심화되면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전체의 시가총액은 1380조7093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3월 14일의 1248조7933억원과 비교하면 10.56% 증가한 것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년 전보다 7.37% 오른 2133.78로 22개월만에 2130선을 넘어섰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시가총액 1~2위인 ‘반도체 빅2’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적인 반도체 호황 사이클을 타고 급등한 영향이 컸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206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64.78% 올랐고, SK하이닉스의 주가는 5만300원으로 같은 기간 65.73% 올랐다.
바꿔 말하면 코스피 시가총액 상승분 중 많은 부분이 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황에 따른 ‘착시’라는 얘기도 된다. 실제 삼성전자, 삼성전자 우선주, SK하이닉스 세 종목을 제외한 코스피 시가총액은 1020조777억원으로 1년 전(1021억8985원)보다 오히려 0.18% 줄었다.
증시의 특정기업 쏠림 또한 역대 최대치에 근접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전체 대비 삼성전자 보통주의 시가총액 비중은 21.07%, 삼성전자 우선주까지 포함한 시가총액 비중은 23.47%였다. 보통주 기준으로는 2004년 5월 20일(21.18%) 이후로, 우선주까지 포함한 비중으로는 2004년 5월 13일(23.54%) 이후로 약 13년만의 최대치다. 여기에 SK하이닉스까지 포함하면 26.12%로 코스피 주식 가치의 4분의 1 이상이 두 개 기업에 쏠려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쏠림이 증시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라면서 “현재 상승 사이클인데 수요가 많아져 가격이 올라 공급이 많아지면 하향 안정화하는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도 “특정 종목의 주가 움직임에 크게 의존하게 되면 다양성이 없어지면서 외부 충격에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위험성이 커진다”면서 “이는 시장의 장기적인 균형적인 발전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