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데 이어 올해도 안정적인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는 정유·화학업계가 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협회의 차기 회장 선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5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이달 6일 열린 회장단 회의에서 5개사(LG화학,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한화케미칼, 대림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협회장직을 모두 거절하면서, 순번제 대신 기존의 추천제로 회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여러 사업부를 맡게 돼 업무 부담으로 협회장직을 고사했으며,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은 중국 상하이에서 현지 근무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롯데케미칼은 김교현 사장이 새 사령탑으로 온 상황에서 협회장을 맡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이유로, 한화케미칼은 그간 수차례 협회장을 맡아왔다는 이유에서 협회장직을 고사했다. 대외적으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전경련과 재계가 비난을 받는 등 협회에 대한 외부 시선까지 곱지 않은 데다 모그룹의 승인도 필요해 활동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협회는 총회가 열리는 16일까지 협회장을 뽑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지만, 남은 시간이 촉박해 차기 회장 선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16일까지 협회장이 선출되지 않으면 임승윤 상근부회장이 권한대행을 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이 속한 대한석유협회도 2월 강봉균 전 회장이 지병으로 별세하면서 회장 자리가 공석이다. 석유협회는 관례적으로 외부에서 협회장을 영입해왔다. 통상 정치권 인사들이 주로 맡아왔는데,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뤄지게 되면서 당분간 차기 회장 선임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석유협회는 정유사 CEO들이 아닌 외부 인사가 협회장을 맡아왔다”며 “어수선한 정국이 정리가 된 후에 차기 협회장을 선출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아직 구체적으로 협회장 선출 계획을 세운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