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초유의 파면 결정을 당한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다음 주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을 예정이다. 파면결정 열흘 만에 박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에 피의자 신분으로 서는 셈인데, 검찰의 ‘속전속결’ 수사 의지가 읽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전 대통령 측에 21일 오전 9시 30분까지 검찰에 출석하라고 15일 통보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최순실(61) 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수석이 기소되는 시점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상태다. 특검팀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고 있는 손범규 변호사는 일정이 알려진 직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극 응해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 출석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례에 따라 포토라인 설치 등 공개소환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전직 대통령을 불러 조사한 가장 가까운 사례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당시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던 대검 중수부는 노 전 대통령을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로 불러 포토라인에 세웠다. 형평성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는 이상 같은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포토라인을 지나면 사건 주무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에서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필요에 따라 영상녹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앞서 특검 수사 단계에서 최순실 씨 측은 조사 과정에서 폭언과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특별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경우 영상녹화 여부는 통보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현직일 때는 들을 수 없던 단호한 발언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손 변호사를 비롯해 탄핵심판 대리인을 맡았던 정장현 변호사와 채명성 변호사, 서성건 변호사 등 7~8명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검찰은 최대한의 준비를 한 상태에서 조사를 1회로 끝낸다는 방침이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강요죄를 중심으로 조사하고, 뇌물죄에 관해서는 조사 내용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권남용은 처벌 상한이 징역 5년이지만, 뇌물죄를 적용하면 가중처벌법으로 인해 액수에 따라 10년 이상의 중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검찰의 혐의 변경은 박 전 대통령 측 입장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특검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과제인 ‘세월호 7시간 의혹’ 등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할 확률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한 뒤 내용에 따라 SK와 롯데, CJ 등 기업 총수들을 입건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