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생각하자면 ‘왜 그랬을까?’ ‘왜 저렇게 하는 거지?’ ‘도대체, 왜?’라는 질문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헤어짐이 무덤덤해지던 어느 날, 냉동실에서 꽝꽝 얼어붙은 닭 가슴살을 꺼내며 “왜 이렇게 꽁꽁 언 거야?”라는 질문으로 그와 내가 겪었던 갈등의 이유를 찾게 됐다.
닭 가슴살은 그저 꽝꽝 얼어붙어 있을 뿐, 그것을 빨리 먹고 싶었다면 냉장실에 둔 닭 가슴살을 먹었으면 됐다. 냉동실 속 닭 가슴살뿐이라면 그저 해동이 될 때까지 놓아두면 자연스럽게 녹았을 것이다. 그는 그저 그일 뿐, 내가 원하는 대로 시시각각 맞추어진 사람이 아니었다.
이유도 기억나지 않지만 여전히 싸웠던 어느 날, 대충 얼버무리며 상황을 넘기려는 그와 그 상황을 정리하고 서로 사과하며 밝은 내일을 맞이하고 싶었던 내가 있었다. 당시의 나는 “왜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거야?” “왜 자꾸 회피만 해!”라며 그에게 원망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니 ‘왜’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그 사람은 격한 감정을 단계별로 정리하는 것이 어려웠고, 나는 가능했던 것뿐이었으니까.
동복(同腹)의 쌍둥이도 각기 다른데, 수십 년간 다른 인생을 살아온 남녀가 서로 자신의 기준에 맞추려만 했으니 그는 숨이 막혔을 것이고 나는 가슴이 터질 듯 답답했다. 서로 다른 사람임을 그때 알았더라면 최소한 당시 우리가 싸웠던 절반의 시간만큼은 행복하게 웃지 않았을까?
하지만 우리는 부족한 인간이기에 나와 다른 이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 또한 불가능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어쩌라는 말인가 싶겠지만, 사람 사이에 정답이 어디 있을까. 그 혹은 타인과 나의 다름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저 다르다는 사실만이라도 인정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음 연애는 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