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14, 15일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다만 올해 금리인상 전망은 시장 예상을 깨고 3회로 기존 방침을 유지했다. 앞서 시장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을 감안했을 때 4회로 상향 수정될 것을 점쳤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재닛 옐런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은 재정 및 금융 정책에서 대립하고 있는데, 옐런 의장이 트럼프의 기세에 꼬리를 내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대립이 세계 경제를 다시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는 주요 변수로서 주목하고 있다. 사실 경제 성장으로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과 인플레이션 억제가 최우선 과제인 중앙은행의 갈등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특히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선진국에서는 이런 일이 더욱 잦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중앙은행의 책무에서 고용 창출과 경기부양이 더욱 강조되면서 이런 대립이 부각됐다.
구로다 하루히코 현 일본은행(BOJ) 총재의 전임자인 시라카와 마사아키는 깐깐한 통화정책을 고수해 아베노믹스를 주장하는 아베 신조 총리의 미움을 샀다. 반대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바주카포’ 경기부양책에 독일이 반발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중앙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든지 반대로 인플레이션 억제 목적으로 긴축에 들어가든지 어느 방향으로 정책이 흘러도 정부로부터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의 옐런에 대한 비판은 모순적인 측면이 크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유세에서는 “옐런 의장이 버락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돕기 위해 초저금리 기조를 인위적으로 오래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지금 트럼프는 당시와는 반대로 옐런이 최대한 기준금리 인상을 늦추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연 3~4%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연준이 긴축을 자제해 이를 측면 지원해야 하기 때문.
그러나 옐런은 너무 긴축을 미루면 나중에 금리인상을 가파르게 할 수밖에 없어 경기침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본인이 정권을 잡기 전에는 금리를 안 올리더니 이제야 인상에 속도를 붙이려는 옐런이 ‘밉상’일 수밖에 없다.
어찌됐든 트럼프는 옐런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2월에 자신의 사람으로 교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반면 옐런은 시장 예상보다도 더 빠르게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한 마디만 해도 지금까지 펼쳐졌던 ‘트럼프 랠리’를 끝장낼 수 있는 힘이 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서로간의 갈등으로 경제와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또 트럼프가 옐런을 너무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흔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뉴욕증시가 지난해 대선 이후 가파르게 오르면서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하면서 버블이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고조된 상태다. 트럼프의 압박에 못 이겨 연준이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되면 주가 폭락 등으로 세계 경제가 한바탕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최근 발언이 트럼프가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라고 강조했다. 콘은 지난 1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며 “우리는 연준의 권한을 존중한다. 이후 실제로 위기가 언제 오는지 한번 지켜보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