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pth]“금리를 올렸는데도 시장 분위기가…” 옐런, ‘그린스펀 수수께끼’에 빠지나

입력 2017-03-17 09:18 수정 2017-03-1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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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정작 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 것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준은 15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종전의 0.50~0.75%에서 0.75~1.00%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시장의 예상과 부합하는 결정이었다. 다만 FOMC 성명과 함께 발표한 분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는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올린다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며 ‘완만한 금리 정상화’를 시사했다.

금리인상은 보통 긴축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금리가 올라가게 되고 궁극적으로 차입비용이 늘어나게 돼 긴축효과가 나타난다. 이에 따라 미국 달러화 가치와 국채 금리는 오르게 된다. 하지만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그룹이 발표한 지수에 따르면 전날 달러, 채권수익률, 신용스프레드, 주가 등의 금융시장은 오히려 기준금리를 15베이시스 포인트(bp=0.01%포인트) 인하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의 금융상황지수는 15일에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금리인상 시에는 상승 곡선을, 인하 시에는 하향 곡선을 그린다. 그러나 달러 가치는 15일부터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연준 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5년물 국채 금리도 11bp 떨어졌다.

골드만삭스의 얀 해치우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상황지수(FCI)가 15일 약 14bp가 낮아졌는데 이는 거의 한 차례 금리인하 때와 맞먹는 수준”이라면서 “지난해 12월에 이어 총 두 차례 금리가 인상됐지만 12월 초보다 지금 FCI가 상당히 완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투자보고서에서 이러한 FCI 추이는 위기 때를 제외하고 2000년 이후 나타난 세 번째로 강한 비둘기파적인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의 반응은 연준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해치우스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서 결코 금융시장의 대규모 완화 분위기를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매파적인 정책 기조를 기대했던 시장이 ‘완만한 금리 정상화’ 신호를 ‘비둘기파적인’ 신호로 해석하면서 연준과 엇박자가 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러한 연준과 시장의 엇박자가 계속된다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자칫 ‘그린스펀 수수께끼(Greenspan’s Conundrum)’에 빠지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단기금리가 상승하면 장기금리는 더 큰 폭으로 상승한다. 하지만 앨런 그리스펀 전 연준 의장은 재임할 당시인 2004년 6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단기금리만 상승, 장기금리는 상승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그린스펀 수수께끼’라고 부른다. 당시 이러한 딜레마의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저축 트렌드와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중국 등 경상수지 흑자국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시장의 딜레마 현상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원인으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부양정책이 연준이 의도하는 금융시장의 긴축 모드를 상쇄할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준이 시장에 대해 보다 분명하게 매파적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엘렌 젠터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간단히 말해서 연준은 금융시장 여건을 긴축하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면서 “만약 금융시장 여건이 긴축모드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연준은 더 금리를 인상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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