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여 년 만에 2150선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힘입은 결과다. 대통령 탄핵 이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된 가운데 기업들의 이익도 양호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지난 6년여간 옴짝달싹 못 했던 코스피 지수가 올 상반기 박스권을 탈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3개월 만에… 코스피 2150 ‘안착’ = 16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7.08포인트(0.80%) 상승한 2150.08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21.98포인트 (1.03%) 상승한 2154.98에 개장,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2150선에 안착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150선을 넘은 것은 2015년 4월 27일(2157.54) 이후 약 23개월 만이다.
지난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 마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되 점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최근 랠리를 이어온 코스피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연준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 시사로 외국인을 포함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좀 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미 금리 인상은 글로벌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설될 수 있다.
최근 외국인은 9거래일 연속 순매수하고 있으며 이달 들어 누적 순매수는 3조2억 원에 달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행진은 사실상 지난해 2월부터 거의 1년간 이어져 왔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2∼10월 9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순매도로 잠깐 방향을 틀었지만, 그 이후 곧바로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 규모는 지난해 12월 이후로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은 올해 초 처음 500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3대 악재 걷히자… “박스피 탈출 멀지 않았다” = 코스피가 ‘박스피(박스권+코스피)’에 갇히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전후부터다. 지금까지 박스피 탈출을 제지했던 걸림돌은 △국내 대표 기업들의 저조한 이익 △달러 강세 △대내외적 불확실성 등 3가지로 요약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3가지 악재가 서서히 걷히고 있어 6년 만의 박스피 탈출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다. 또 국내 기업(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이 지난해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넘어섰고, 올해 순이익은 1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낙관되고 있다. 더불어 달러 강세도 힘을 싣는 요소다. 물론, 네덜란드·프랑스 총선 등 대외변수는 여전한 것이 사실이지만, 증권가는 기업 실적 개선 등 호재가 더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센터장은 “지금까지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결정적 이유는 국내 기업의 이익이 80조 원을 넘지 못한 데다, 달러까지 강세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해외 유동성 자산이 들어오기에는 매력이 한참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하지만 지난해 기업 실적은 80조 원대 이익을 훌쩍 뛰어넘는 100조 원대로 올라서 차별화된 레벨 업이 됐으며 지난 4년간의 달러 강세도 점차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향후 시장을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앞당겨진 대통령 선거와 같은 변수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정치적 제약 요인이 풀리긴 했지만, 코스피가 마냥 올라간다고 볼 수만은 없다”면서 “대선 국면에서 어떤 경제 공약들이 나오는지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