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O를 만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직접 봐야 직성 풀리는 ‘품질 고집’… 현장에서 답 찾는 百戰老將

입력 2017-03-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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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3개월여 만에 잔고장 많던 ‘카니발’ 직접 분해 문제점 찾아‘현장서 보고·느끼고·해결한다’三現주의 실천 위해 세계 누벼

“지금 당장 제 집으로 차 가져오세요!”

1999년 3월. 기아자동차 임원들에게 불호령이 떨어졌다. 출시된 지 1년도 채 안 된 ‘카니발’을 당장 가져오라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지시였다. 잦은 고장으로 고객 불만이 쌓여가던 터라 임원들은 ‘터질 게 터졌다’라는 착잡한 심정으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정 회장의 집으로 차량을 보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당시 국회의사당 앞에 있던 서울 여의도 본사에 연구·생산직 임원이 총집결했다. 그들 앞에 나타난 정 회장은 손에 분필을 쥐고 차량의 시트 밑, 문틈 등을 가르키며 “여기, 그리고 여기, 당장 고치세요”라고 지시했다. 한 달간 직접 차량을 분해해 문제점을 찾아낸 그의 고집에 임원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지적 사항을 받아 적었다.

부임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정 회장의 해결책은 적중했다. 출시 초부터 말 많고 탈 많던 ‘카니발’은 지난해에만 6만6000대가 팔려 나갈 정도로 급성장했다. ‘대한민국 대표 미니밴’이란 수식어도 달았다. 그의 품질경영 고집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품질 고집 = ‘카니발 사건(?)’ 이후 정 회장은 쏟아지는 리콜 요청과 품질 불량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다. 한 토크쇼에서 현대차가 조롱거리로 전락한 모습에 충격을 받은 정 회장은 ‘10년·10만 마일 보증 수리’로 승부수를 띄웠다. ‘2년·2만4000마일 보증’이 일반적이던 상황에서 그의 결단은 그야말로 무리수였다. 모두가 곧 보증을 철회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 회장의 품질 자신감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1999년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82% 늘어난 16만4190대를 기록했다. 그 이후 미국에서 현대차는 일본 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정 회장의 품질 경영은 ‘안정화’에서 ‘고급화’로 진화하고 있다. 2008년 ‘제네시스’ 개발 당시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 들른 정 회장은 차량을 둘러보더니 갑자기 “하부를 좀 보자”고 말했다. 리프트 아래로 직접 들어가 차량 아래쪽을 천천히 살피던 그는 동력장치를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그의 지적은 ‘제네시스’가 2014년 미국 고속도로보험 안전협회(IIHS)에서 실시한 충돌실험에서 승용차 세계 최초로 29개 전 부문 만점을 받는 계기가 됐다.

그는 품질 관리 체계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부임 첫해인 1999년 생산·영업·AS 등으로 나뉘어 있던 품질 관련 기능을 묶어 품질총괄본부를 발족시켰다. 한 달에 한 번 품질경영회의도 열었다. 물론, 회의는 정 회장이 직접 주재했다.

정 회장의 품질 경영 고집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최근 미국 컨설팅 업체 JD파워가 발표한 ‘2017 내구품질조사(VDS)에서 현대차는 19개 브랜드 가운데 3위(133점)에 올랐다. 기아차는 6위(148점)에 랭크됐다. 역대 최고 성적이다.

◇산수의 나이에도 글로벌 전장 누벼 = 정 회장의 품질경영에 대한 고집은 현장경영으로까지 이어진다. 현장에서 보고, 현장에서 느끼고, 현장에서 해결한 뒤 확인까지 한다는 ‘삼현 주의(三現主義)를 실천하기 산수(傘壽·80세)를 눈앞에 둔 나이에도 글로벌 전장을 누비고 있다.

4만4000㎞. 백전노장 정 회장이 지난해 8월부터 3개월간 정 회장이 6개 국가 생산현장을 오간 거리다. 3개월 만에 지구(약 4만㎞) 한 바퀴를 넘게 돌은 셈이다.

특히 그의 현장경영은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한다. 노조와의 갈등으로 생산량 감소 우려가 커지던 지난해 하반기, 정 회장은 러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슬로바키아와 체코를 순방하며 생산·판매 현장을 점검한 뒤, 곧바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미국 판매법인을 찾아 업무 보고를 받고 우수 판매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후 중국 창저우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공언했다.‘백전노장’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열린 해외 법인장회의에서도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망이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심기일전하자”고 현장 임직원을 격려했다.

<<정몽구 회장 프로필>>

△강원도 통천 출생(1938년) △한양대 공업경영학과 졸업(1967년)

△현대건설 입사(1970년) △현대자동차 이사(1973년) △현대자동차서비스 사장(1974년) △현대정공 사장(1977년) △현대강관 사장(1981년) △현대차량 사장(1985년) △현대그룹 회장(1995년) △현대종합상사 회장(1996년) △현대자동차ㆍ기아자동차 대표이사 회장(1999년)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회장(2000년) △현대제철 상임이사(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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